시청률에 지독한 스트레스 받는 일일극 연출자의 애환
얼마전이었어요. 시청률이 8%인가 나온 결과를 받아든 날이었던거 같은데 그날밤 집에 들어가 잠을 자려고 누웠다가 잠이 잘 안와서 잠깐 화장실에 들렀어요. 거울에 미친 제모습을 보니까 갑자기 막 화가 나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제가 가위로 제 머리를 막 잘랐어요. 아내가 놀라더군요. 하하하. 다음날 이 연출자는 망가진(?)머리를 정리하기 위해 결국 스포츠형 머리로 만들게 됐다고.
오랜만에 만난 연출자. 머리를 삭발한 모습이 눈에 띠었다. 어찌된 영문인지를 물었다. 별일 아니라던 이 PD는 이내 자신의 삭발한 머리에 대해 이렇게 연유를 설명했다.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는 연출자의 말이 듣는 참석자들에게는 무척 씁쓸하게 들려왔다.
지난달 30일, MBC 일일극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가 6개월간의 여정을 마치고 종영했다. 평균 10%를 오락가락하며 결국 경쟁사 KBS의 일일극을 누르지 못했고 ‘굳세어라 금순아’의 영광을 회복하는데 실패했다.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는 지난해 MBC의 ‘효녀’(?)가 된 일일극 ‘굳세어라 금순아’의 후속 ‘맨발의 청춘’이 상승세를 잇지못하고 조기종영되는 불명예를 안은뒤 이어진 일일극이다. 경쟁사 KBS ‘별녀별남’의 강력한 인기몰이에 힘을 발휘못하다 ‘별녀별남’의 후속작 ‘열아홉 순정’에 또다시 밀리며 답답한 시간을 보내왔다.
지난주 마지막 촬영을 끝낸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는 여의도 한 식당에서 종영회식을 가졌다. 그간 고생해왔던 스태프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6개월간의 피말리는 여정을 마무리한 것에 대해 자축하는 자리였다.
비단 시청률이 잘 안나온다고 해서만 이런 모습이 엿보이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효녀 드라마가 된 ‘굳세어라 금순아’의 경우, 최문순 사장꺄지 참석해 성대하게 열린 9월 27일 종방연에 드라마의 총 책임자인 PD가 참석하지 못했다. 주인공들만큼이나 박수를 받아야 할 일등공신인 PD가 병원신세를 지고 있었던 것. 당시 이 연출자는 머리 혈관이 부풀어오르는 스트레스성 질환으로 종영축하 자리를 함께하지 못했다. 드라마가 잘되거나 못되거나 일일극 드마라 PD는 이렇듯 고달픈 신세다.
’굳세어라 금순아’와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사이에 잠시 존재했던 3개월짜리 일일극 ‘맨발의 청춘’의 조소혜 작가가 얼마전 암으로 작고했다. 그가 생전 지인들과 나눴던 대화 한토막, 간암에 걸렸다는 얘기를 들은 것보다 매일 아침 받았던 시청률 표가 나를 더 두렵게 했다는 얘기는 극도의 시청률 강박을 보이는 일일드라마의 어두운 이면이다. 일일드라마가 늘 표방하듯 ‘밝고 건강한 우리네 삶의 일상사를 잔잔하게 그리겠다’는 모토와는 다르게 말이다.
일일극 연출을 경험했던 한 연출자는 일일극은 방송사에게 있어 커다란 텐트를 지탱해주는 중심축이나 다름없다. 시청자들 뿐만아니라 내부에서도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기때문에 미니시리즈 실패와는 사뭇 다르다. 연출자에게나 작가, 출연진 모두에게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이런 부담감을 항상 짊어지고 있는 제작진들이 안방 시청자들에게 즐거움과 웃음, 눈물과 감동을 위해 안간힘을 쏟는 모습이 오히려 신기한(?) 일일수도 있을 듯 싶다.
[기사제휴]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남궁성우 기자 socio9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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