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화제/ 반복변화 변화반복 월드컵역사 뜯어보니…
90이탈리아월드컵 땐 독일(당시 서독) 우승 훔쳐보며
4강고지에 머문 이탈리아에서 득점왕(스킬라치) 탄생
역사는 반복하는가 변화(진보든 퇴보든)하는가. 4년 여름마다 거대한 지구를 덩어리째 그 조그만 축구공에 담아넣고 뒤흔들 듯 지구촌 사람들의 얼을 빼놓는 월드컵축구에서도 역사라는 단어가 무시로 등장한다.
바로 얼마전, 나란히 통산4회 우승을 노리는 독일(54년 74년 90년 우승)과 이탈리아(34년 38년 82년 우승)가 준결승 고지에서 맞붙게 되자, 독일은 경기장소인 도르트문트에서의 무패역사를 들먹이며 승리를 호언했고, 이탈리아는 월드컵잔디에서의 독일전 무패전적을 꺼내들며 역시 승리를 장담했다. 역사란 요물은 두 나라의 진짜 역사를 감안한 것일까. 결과는 경기종료 1분전 소나기골 두방으로 이탈리아의 2대0 짜릿승. 기원 전 일찍 문명에 눈뜬 로마인들에 의해 야만인으로 불렸고, 그래서 한편 열을 받으면서도 또한편 로마를 흠모했던(독일역사가 몸젠은 팍스로마나의 기초를 닦은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인류역사상 유일한 천재라고 불렀다) 게르만족의 역사에 마치 일부러 꿰맞추라도 한 것 같다.
하긴 그렇게 모든 게 단순하게 갈피가 잡힌다면야 누구나 예측하느라 골머리를 쥐어짜지 않고 지나간 역사만 들추면 될 것이므로 축구황제 펠레처럼 노상 예측을 잘못해 ‘펠레의 저주’란 용어가 생겨날 리도 없을 터. 그러나 스포츠는 하는 재미 보는 재미 못지 않게 금방 탄로날 예측을 견줘보고, 또 기껏 다 보고난 뒤에 이랬어야 한다느니 저랬어야 하다느니 세컨드 게스(second guess) 때문에 더 감칠맛이 나는 피조물이다.
그런 점에서 얄팍한 역사를 들춰 또하나의 심심풀이 예측을 내놓는다면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은 이탈리아가 차지하고 득점왕은 독일이 차지하지 않을까. 90년 이탈리아월드컵을 뒤집어 쥐어짠 점괘다.
당시 이탈리아는 알토벨리 도나도니 바조 등 수퍼스타들을 거느리고 안방잔치 우승축제 단꿈에 푹 젖어 있었다. 그러나 이번의 독일처럼 준결승 고지를 넘지 못했다. 대신 우승은 마테우스 클린스만 푈러 등을 앞세운 독일이 차지했다. 김 샌 이탈리아인들의 조그만 위안은 생각지도 않은 섬청년 토토 스킬라치의 득점왕 등극. 한국보다야 덜할지 모르겠지만 남북 지역갈등, 본토와 섬 지역갈등(실은 북부 본토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멸시하는 것이지만)이 심한 이탈리아에서 그는 남부에다 섬(시칠리아) 출신이어서 이중으로 무시받는 치지였다. 득점감각 하나는 인간이 아니었지만 늘 후보 조커로만 뛰면서 6골을 엮어내 조커 출신 득점왕 1호라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나중에 94년 월드컵 엔트리에서 제외된 그는 미련없이 이탈리아리그를 등지고 물 설고 낯 설은 재팬리그를 향하면서 기자들에게 이탈리아축구계를 비꼬듯 되묻듯 내뱉은 소리는 이랬다. “나 같은 남쪽섬 출신이 대표팀에 뽑힌 것만 해도 행운이었다고 말해야 하나?”)
이번 독일월드컵에서 16년 전 이탈리아꼴이 된 독일에도 유력한 득점왕 후보가 있다. 미로슬라프 클로제. 현재 5골로 2위그룹을 2골차로 앞서고 있다. 게다가 그는 팽팽한 결승전보다 한결 헐거운 3-4위전을 치르게 돼 있어 득점기회가 더 열릴 수도 있다. 스킬라치가 이탈리아축구계 비주류 출신이었다면 클로제는 아예 메이드 인 저메니가 아니다. 폴란드에서 태어났고 부모가 다 폴란드계다.
3-4위전은 8일(토) 낮 12시(SF시간)에, 결승전은 9일(일) 오전 11시에 벌어진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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