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나는 마켓을 나의 경(經)으로 삼았다.
마켓안 깊숙히 좌지불(坐之不遷하기를 62208000초(秒). 주야(晝夜)로 들락거리는 온갖 남루(襤褸)한 목숨들의 허기진 욕망과 본능을 보았나니 동서고금(東西古今)의 어느 현자(賢者), 어느 전경(典經)이 인간의 살아있는 목숨에 대한 무서운 집착과 갈애(渴愛)의 바다 한 가운데서 허우적거리는 생(生)에 대하여 이보다 더 적나라하게 언급하고 드러내보였던가.
하여 마켓 하나 꿰차고 좌정(坐定)하기는 온갖 종류의 인간과 조우(遭遇)하기이며 안온한 삶의 안에서 밖으로 나서기이며 삶의 현장으로 들어서기이며 삶의 바깥에 서서 다시 그 안을 성찰 (省察)하기이다.
삶의 경계에 서있는 이들과 하나가되고 그들을 바라보고 그들을 느끼고 그들을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를 원(願)하는가. 그렇다면 오의(奧意)로 가득찬 고서(古書)는 집어던지고 현실에서 현실로 체험에서 체험으로 산 생명의 진실을 찾을 수 있는 마켓으로 오라. 생의 철학(生-哲學)을 배울 수 있는 길이 여기 있나니 이에 경(經)으로 삼을 만하지 않은가.
나는 마켓에서 일용할 양식을 구(求)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수많은 중생을 보았고 만났거니와 우리가 소위 진리(眞理),진실(眞實) 혹은 양심(良心)이라고 하는 것이 이곳에서는 허기진 위장(胃腸)을 채워줄 한 조각의 빵, 한 모금의 물, 한 알의 캔디, 한 캔의 맥주만도 못함을 보았고 삶의 안에서 바깥으로 바깥에서 경계로 경계에서 벼랑으로 몰리는 삶에서는 본능(本能)이 날카로운 비수처럼 온 몸에서 번득이는 것을 보았고 오로지 본능만이 생(生)을 방어하고 지탱하는 원초적 힘임을 보았다.
또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인간이 저 숲과 밀림 속의 어떤 금수(禽獸)보다 더 폭력적이고 더 비굴하고 더 치졸하고 더 야비하고 더 기만 스러워지는 것도 보았다.
그때마다 나는 신(神)께서 당신의 모습으로 빚어낸 인간의 육신으로 불어 넣어주신 고귀한 영혼(靈魂)이 과연 이들에게도 있기는 있는 것인지를 의심한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고 과연 인간은 얼마 만큼의 사랑과 자비와 이해를 필요로 하는 가를 숙고하기도 했다.
사는 일이 천차만별인 이 세상을 누가 어떻게 다 들여다 볼 수 있겠는가. 나는 마켓을 드나드는 온갖 종류의 손님들이 하나 둘씩 흘리는 그네들의 삶을 통하여 일찌기 경험하지 못했던 삶들을 만나 보았나니 하여 마켓이란 세상을 비추는 경(鏡)인 것도 깨달았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바라보매 추하고 더럽고 지저분한 삶들 속에서도 내가 취(取)할 것이 있었고 버릴 것이 있었으며 배울 것이 있었고 배우지 말아야할 것들이 있었나니 이는 삶의 안과 밖 어디서나 동가(同價)임을 또한 깨달았다.
아무리 가난한 곳이어도 풍요한 삶이 있었고 사는 일이 신산(辛酸)한 곳이어도 기쁨이 샘솟는 삶이 있었고 늘 서럽고 안타까운 삶 속에도 달려가 와락 껴안아주고 싶 은 삶들이 있음을 보아왔나니 이에 또한 마켓을 나의 경(經)으로 삼을 만하지 않겠는가.
이윤홍 시인·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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