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시드니 올림픽 개막식 때 남한과 북한 선수들이 하늘색 한반도 모양이 그려진 ‘단일기’를 들고 입장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물론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단일기’에 대한 시각이 다를 수도 있었겠지만 남북 선수단의 공동 입장은 충격적이면서도 아름다웠고 신선하면서도 어색했다.
아마도 당시에는 “한국 정부의 햇볕정책이 어느 정도 먹혀 들어가는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리라 생각된다.
북한이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OCHA)의 통합지원절차(CAP)를 통해 확보한 지원액은 지난해 3월 현재까지 1억5,158만달러이다.
CAP을 통해 북한을 지원한 국가를 살펴보면 일본이 4,659만달러로 가장 많고 한국이 2,508만달러로 2위, 미국이 1,905달러로 3위를 차지했다.
CAP을 통하지 않고 양자 베이스로 지원한 대북 지원금은 무려 2억6,363만달러(2,503억1,668만5,000원). 이 중 한국이 지원한 금액이 9,042만달러이다.
이처럼 ‘따뜻한 햇살’이란 명목으로 북으로 실어 나른 돈의 일부가 지난 4일 ‘대포동’이라는 쇠뭉치로 되돌아왔다. 마치 한국과 일본이 지원국 1위와 2위라는 사실을 알고 나 있는 듯 한국과 일본 사이 바다로 보내져 왔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와 관련해 “왜 북한이라고 미사일 개발을 못하느냐”고 반박하고 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식구들이 굶어죽고 있는 마당에 마음씨 좋은 형제와 이웃에게 천문학적인 돈을 빌린 다음 그 돈으로 식구들에게 붕어빵 하나씩 사주고 나머지는 도박에 탕진한다면 과연 그 사람에게 도박할 권리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미국 속담에 “은혜를 원수로 갚지 말라”(Don’t bite the hand that feeds you)라는 말이 있다. 6년전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이 마치 30년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진다.
정지원 뉴욕지사 취재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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