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을 걸으며 불심을 키우며
제1회 북가주 승가연합 산행
8일 로스게이터스 캐슬락공원
미국에서 불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3대 악질(중의 한 부류)이라고 그런다면서요. 올해 봄 취재차 만난 샌프란시스코 불광사 여준 스님은 따스하게 끊인 차를 따라주면서 문득 말하고는 엷게 웃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인지, 그래서 안타깝다는 말인지, 아닌 게 아니라 사방팔방 분위기를 보니 비록 우스개지만 그런 말이 나올 만도 하겠다는 뜻인지….
그런 악질들(?)이 떼로 모여서 구슬땀을 떼로 흘리며 산길을 걸었다. 산비탈을 요리조리 비집고 발길에 닳고닳아 난 오솔길을 따라서 걸었다. 드문드문 중장비로 깎고 다듬어서 낸 신작로 같은 길을 만나면 모처럼 오금 허리 펴고, 한눈도 팔고, 비좁은 길을 헤어나느라 잠시 끊긴 이야기를 다시 끄집어내 이어가면서 계속 걸었다. 혹은 말없이 걸었다.
북가주 승가연합이 마련한 제1회 불자 산행. 지난 8일(토), 당초 예정시간보다 근 1시간 가까이 늦은 오전 10시15분쯤부터 오후 1시쯤 늦은 점심시간까지 로스게이토스 캐슬락 주립공원 트레일에서 약 50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겹겹이 쌓인 나무숲 그림자를 밟으며, 2,300피트 안팎 높이에서 아무것도 거치지 않고 막바로 내리쬐는 햇볕을 받으며, 산바람에 감기며, 산길을 걷는 맛이야 굳이 말안해도 일품.
여기다, 적어도 겉으로는 바깥행사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고 사찰끼리 교류 또한 두드러져 보이지 않았던 북가주 한인사찰들(8곳)이 뜻모아 힘모아 함께하는 이벤트를 꾸렸다는 의미가 더해진 산행이었다. 이심전심 필요성을 교감하다 올해 초 비로소 승가연합을 만들고 부처님 오신날(5월5일) 연합광고를 하고 제1회 어린이/청소년 템플스테이(6월16일-18일)를 실시하고 내친김에 불교청년회까지 결성(7월7일)한 다음날 이어진 더불어 산행이어서 스님들도 불자들도 모두들 더욱 흐뭇한 표정들이었다.
첫 걸음의 성과는? 7월 산행을 시발로 8월에도 9월에도, 매달 한차례씩 이산저산 돌며 함께걷기를 하기로 다짐한 데서 그 해답을 말해준다.
이번 첫 산행에는 프로그램짜기와 홍보를 맡은 버클리 육조사 형전 스님과 같은 절 돈오 스님을 비롯해 지연 스님(서니베일 정원사) 여준 스님(SF불광사), 보광 스님(샌리앤드로 전등사), 범휴 스님과 연등 스님(이상 카멜 삼보사) 등이 직접 참가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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