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0일 LA한인사회는 귀한 손님을 맞았다. 데뷔 20주년 최정상급 소프라노로 세계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조수미씨가 세계 순회공연 중 하나로 월트디즈니 콘서트홀 무대에 선 것.
어느 때보다도 수준 높은 공연이었다. 자신의 기념비적 공연인 만큼 조수미씨는 심혈을 기울여 무대를 준비했다. 지난 20년 조수미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곡들로부터 최근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바로크 음악에까지 다양한 레퍼토리의 곡들이 청중의 귀를 감동시켰다.
눈도 즐겁기만 했다. 조수미씨가 입고 나온 붉은색 황금색 등 화려한 드레스와 자신감에 차 있는 그녀의 당당함은 공연을 관람했던 많은 외국인들이 ‘뷰티풀’을 연발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날 공연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간 또 다른 주인공은 다름 아닌 공연장의 한인들이었다. 조수미씨도 공연 후 높은 수준의 관객이 있었기에 너무나 행복한 공연이었다며 LA한인의 수준을 높이 평가했다. 무대에 걸맞는 턱시도와 드레스를 갖춘 관객이 많았다. 공연이 끝나고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앵콜을 요청하거나 박수를 아끼지 않는 관중은 분명 한 단계 성숙한 관중수준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한인들의 문화의식이 크게 성장했지만 아직은 미흡한 부분이 눈에 띄어 옥의 티로 남았다.
공연 2부 순서에 이날 조수미와 호흡을 맞췄던 피아니스트 빈센초 스칼레라는 미국 작곡가 조지 거쉰의 피아노 전주곡을 독주했다. 문제는 3악장으로 이루어진 곡 중간중간에 박수가 터져 나왔다는 것. 1악장이 끝나자 관중은 박수를 보냈고 2악장과 3악장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는 오히려 공연을 방해할 수 있다. 연주자가 3악장 모두를 자신의 감정에 몰입해서 방해받지 않고 연주를 해야 하건만 악장마다 터져나오는 박수소리에 흐름이 끊긴다는 소리다. 물론 한인들의 실수는 너무 박수에 후했다는 점이다. 때문에 공연 후 빈센초 스칼레라는 이에 대한 질문에 그냥 웃기만 할 뿐 대답을 피했다.
무대 중간 피아노 뚜껑을 닫기 위해 나오는 공연 진행요원에게 박수를 쳤던 것도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 역시 즐거운 마음에 일부 관중이 장난을 친 것이지만 이 모습을 객석에서 함께 지켜본 일부 음악인들은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소프라노이자 USC 음악박사 학위를 받은 김양희 씨는 “음악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내 삶과 함께 한인들의 문화적 수준도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하루였다”며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조금만 더 공부를 하고 주의를 한다면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높은 문화소양을 가진 민족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damon@koreatimes.com
박동준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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