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윌셔가의 유명 순두부식당이 보건국의 위생단속에 적발돼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사실이 보도된 뒤 한인들 사이에 그 동안 묵과됐던 LA 한인 식당들의 위생소홀 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다.
기사가 나간 뒤 독자들로부터 많은 항의 및 문의전화가 왔는데 내용은 대략 “왜 그런 업소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느냐?”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이 걸린 문제인 만큼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해당 업소의 공식 사과를 받아내라”는 것이었다. 심지어 불매운동까지 펼쳐야 한다는 독자들도 상당수 있었다. 이런 한인들의 성토를 보며 ‘위생불량 식당에 대한 한인들의 불신의 골이 이렇게까지 깊었구나’하고 놀랄 정도였다.
하지만 기자를 더욱 놀라게 하는 일은 그 뒤에 벌어졌다. 해당 업소가 일주일간의 영업정지 처분 이후 정상 영업에 돌입한 바로 뒤였다. 점심시간 무렵 그 식당 앞을 지나가는 데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입구에는 수많은 한인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불매운동을 해서라도 고객의 무서움을 보여줘야 한다는 분위기는 온데 간데 없었다.
이는 비단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지난해 주방에서 해충이 나와 영업정지 됐던 유명 떡보쌈 구이집은 재영업 이후 성업중이며 지난 3월 주방 설비문제로 보건국의 영업정지 명령을 받은 묵은지 구이집도 4개월간 ‘내부수리중’이라는 안내문을 떼고 최근 영업을 개시해 고객몰이를 하고 있다. 이 업소들이 보건국 적발로 문을 닫았던 곳이라는 인식은 한인 고객들의 기억 속에서 이미 사라진 듯 했다.
타운내 식당가에서는 ‘영업정지=내부수리중’이라는 묘한 방정식이 성립되어 있다. 업주들은 보건국이나 주정부의 단속으로 영업정지 처벌을 받으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내부수리중’이라는 안내문을 걸어놓는다. 진짜 내부수리 관계로 표지를 내거는 업소도 더러 있기는 하다.
맞벌이 생활로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한인 가정들 사이에서 외식 문화는 생활의 큰 부분이다. 그런데 일주일에 3∼4회 이상 찾던 식당을 주방 위생이나 음식에 대한 불신으로 갈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한인요식업협회 이기영 회장은 “위생 불량으로 적발된 업소에는 한인들이 단결된 힘을 보여줘야 하는 데 늘 문을 열기 바쁘게 다시 고객이 몰려 업주들의 위생 소홀 의식을 부추기고 있다”며 “고객의 권리를 찾기 위해 고객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인타운에는 타인종 친구와 함께 갈 수 있는 식당이 극히 드물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한인 고객 스스로 식당의 위생문제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권리를 찾는다면 타운내 더 많은 식당에서 타인종 고객을 보게 될 것으로 믿는다.
김진호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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