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의 자살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한인 자살문제를 다루는 전문 기관이 턱없이 부족한데다가 상담단체들도 턱없이 부족한 재정과 열악한 환경으로 힘겨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밤에만 자살 상담하는 ‘생명의 전화’(운영자 박다윗 목사·1998년 개통)는 매일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10시간동안 자살 상담전화를 받고 있다. 전화(213-480-0691)는 하루평균 10여통.
이곳은 매년 2월과3월 자체교육으로 배출되는 60여명의 상담자들의 자원봉사로 운영된다. 인건비는 자원봉사로 해결하지만 사무실 렌트비와 전화비에 매달 2,000달러 정도가 꾸준히 지출돼 몇몇 교회들의 온정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최근 한인사회의 자살문제가 심각함을 인지한 굿사마리탄 병원이 무료로 사무실을 내주겠다고 약속해 이전할 장소는 생겼지만 1만5,000달러의 내부수리비가 이들의 발목을 잡은 상황이다.
지난 28일 한인타운에 위치한 생명의 전화 사무실의 불은 새벽 해가 뜰 때까지 꺼지지 않았다. 오후 7시를 넘기면서 울리기 시작한 전화벨은 새벽3시가 넘도록 멈추지 않았다. 단순히 말벗이 필요해 걸려온 전화부터 정신질환을 앓는 막내아들의 결혼문제로 고민하는 노모의 걱정까지 자칫 무의미한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고민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날 상담을 맡은 한모(53)씨는 다운타운 패션 디스트릭에서 패턴사로 일하는 평범한 생활인. 상담 자원봉사를 시작한지 1년 정도 됐다는 한씨는 “옆에 누가 있으면 제대로 상담이 안 된다”며 쑥스러워했다. 하지만 수화기를 들고 한번 만난 적도 없는 타인의 넋두리를 자신의 일처럼 함께 고민하는 모습은 아름다운 봉사자의 모습이었다.
한편 일부 상담전문단체 관계자들은 생명의 전화의 순기능을 인정하면서도 전문적인 상담능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한 상담전문가는 “대학원 이상의 상담관련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캘리포니아주 행동과학위원회(Behavior Science Board)에 등록된 상담원이 필요하다”며 “전문가가 아닐 경우 법률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기준을 맞추려면 적지 않은 비용을 감당해야 하지만 한인사회의 현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들도 인정하고 있다.
또 다른 상담전문가는 “야간에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전문가를 운영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자격을 갖춘 상담전문가를 고용하면 시간당 70달러 이상의 상담료를 부담해야해 24시간 상담을 실시하는 상담단체는 한인가정상담소 정도에 그치는 실정이다.
한편 베이지역 한인들을 위한 자살방지기관이나 상담단체는 전무한 실정이다. 가정폭력상담소인 쉼터는 자살호소, 자살기도의 상담전화를 받으면 아시안커뮤니티 멘탈 헬스 서비스의 스탤리 김(김현진) 상담원(510-451-6729)에게로 연결해준다. 한달에 3건 정도 한인 자살상담을 받고 있는 김현진씨는 “희망을 안고 건너온 미국땅에서 제대로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할 경우 자살을 떠올린다”며 “주로 유학생, 중년층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급격히 식욕이 떨어지고 남과 만나기를 꺼려하는 사람들은 조기에 상담받는 것이 좋다”는 김현진씨는 “감기환자가 감기에 걸리면 약을 먹듯이 마음이 아프면 진단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조언했다. 그외 한인들의 우울증 치료, 자살 상담은 디비아니센터(650-245-7246), 동서상담치료연구원(408-892-9688)에서 받을 수 있다.
<심민규, 신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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