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종각 보수비용으로 한국정부가 제공한 15만달러의 기금에 대해 LA한국문화원과 관광공사 LA지사가 보여준 자세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한국관광기금에서 조성한 이 기금이 한미 양국의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상징하는 우정의 종각 보수에 제대로 사용됐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종각과 안내센터 곳곳에서 미흡한 점이 적지 않게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속시원하게 해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누렇게 녹이 쓴 종을 지탱하는 연결고리는 공사 전과 별 차이가 없어 보였고, 지붕을 지탱하는 기둥에는 한국 전통의 단청 대신 회색빛 콘크리트로 땜질돼 오히려 미관을 해치고 있었다. 또 안내센터 역시 새로 페인트칠을 한 탓에 전에 비해 확실히 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지만, 한국을 알리는 미니 홍보관으로서의 역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안내책자 등은 부족한 면이 많았다.
문화원측은 2일 해명자료에서 15만달러의 대부분을 안내센터 개보수에 할당하고, 나머지 돈으로 종각 조류방지 시설 설치작업을 완료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15만달러라는 큰 돈을 들인 것으로는 느껴지지 않았다.
취재과정에서 더욱 답답했던 것은 이 같은 문제점들에 대한 한국 공관측의 방관적인 태도였다.
LA한국문화원과 LA관광공사측은 “기부금으로 LA시 공원관리국에 전달돼 사용방법 등은 우리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입장만을 되풀이했다. 마치 자신들은 상부기관의 지시에 따라 일을 처리했으며, 더 이상 책임질 일이 없다는 식이었다. 오히려 특정사안에 대해서는 두 기관이 서로 공을 떠넘기기 바빴다.
또 그들 나름대로의 이유도 내놓았다.
문화원 관계자는 “종각 관리에 좀 더 신경을 써달라고 관리국에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있어 우리도 답답한 심정”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아무리 기부금으로 전달한 것이라도 해도, 또 모든 일을 공원관리국이 처리한다고 해도 발견된 문제점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해결노력을 기울이는 것조차 공관 관계자들이 할 수 없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15만 달러라는 큰돈을 제공한 입장에서 협정서에 작성된 대로 경비가 필요한 곳에 제대로 사용됐는지, 공사를 하면서 기술적인 문제는 없었는지 정말 궁금하지도 않았을까”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종각 주변을 살펴보던 중 만난 한 미국인 방문객이 단청을 가리키며 한 말이 아직도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원래 색상이 저렇게 볼품없나요. 내가 들은 바로는 무척 아름답고 화려하다고 들었는데 이상하네요”
이오현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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