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타운에서 살다보니 “미국 가게에서 샀어요? 한국 가게에서 샀어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미국 가게는 물건의 교환과 환불이 자유롭지만, 한국 가게의 경우는 구입한 물건을 교환이나 환불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실한 판단이 설 때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LA에 갓 둥지를 튼 초보 이민자들 사이에도 공공연한 ‘생활상식’으로 통한다. ‘설마 그 정도까지…’ 했지만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 일상에서 겪었던 경험담을 듣다보니 ‘LA 생활상식’이 우스갯소리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한 친구가 흥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남편이 구입한 지 얼마 안된 골프 가방에 달린 다리가 부러져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었는데 구입한 타운의 골프샵에 가져갔더니 종업원과 사장이 한결같이 ‘나 몰라라’하는 태도로 일관해 골프 가방을 들고 나와버렸노라고 불쾌한 경험담을 들려줬다.
또 다른 친구는 한인타운의 유명 샤핑몰에 있는 아동복 샵에서 아이 샌들을 구입했는데 샌들의 벨크로 부분이 다 망가져 신발을 신을 수 없을 지경이 되어 구입 업소에 가져갔다고 했다. 그랬더니 신발은 하등 하자가 없으며 신발 구입비용의 3분의1이 넘는 돈을 내면 고쳐주겠다고 해 어쩔 수 없이 맡기고 왔노라며 씁쓸한 일화를 털어놓았다.
이처럼 물건을 팔고 난 후 소비자가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 한인 업주들이 소비자를 대하는 태도는 업종 불문하고 한결같이 기대 이하 수준이다. 고객을 위하는 진정한 서비스 정신보다는 당장 물건값만큼 손해보기 싫다는 게 업주들의 한결같은 태도다.
골프 가방 애프터서비스를 받지 못한 친구는 골프 가방에 적힌 브랜드 네임을 보고 그 브랜드의 본사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얘기하자 LA 인근 대형 스포츠용품점에서 교환이 가능하다는 답을 듣고 당장 달려가 오히려 그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제품으로 바꿨다. 그 친구는 “물건을 떼어다 파는 업주가 이런 서비스 통로를 모른다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면서 “이제부터는 아예 미국 가게를 이용하는 편이 속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수선비 들여가며 한 철도 안 신고 고쳐야 하는 아이 샌들을 산 친구도 “돈이 문제가 아니라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업주가 수선비의 반은 부담해야 되는 것 아니냐”면서 “다시는 그 가게에 가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두 업소 모두 물건값을 아끼려다 고객을 잃은 셈이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업주들은 이러한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다지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인타운 업소들의 서비스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성민정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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