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나과 중심지에서 ‘영빈관’을 운영하는 정태희·숙자씨 부부. 100명이 한꺼번에 식사할 수 있는 상당히 규모가 큰 식당이다.
니카라과 한인 이민 1호 허남원씨.
수도 마나과에 500여명“가난하고 무덥지만 안전”
월 임금 150달러로 싸
대부분 봉제업 종사
<니카라과-정숙희 기자>
“왜 니카라과에서 사세요?”
“마음이 편해서요. 돈은 많이 못 벌어도… 이 곳 사람들이 순박하고 정이 많아요.”
니카라과의 한인 이민자 1호 허남원(46)씨의 간단한 답변이 니카라과라는 나라의 매력을 한마디로 설명해 준다.
시간을 30년 전으로 돌려놓은 듯한 나라, 중남미에서 가장 큰 나라이면서 가장 가난한 나라, 오래 계속된 독재정권과 좌익정권으로 어려운 역사를 겪어왔지만 1990년 내전이 종식되고 민주화되면서 지금은 개발의 급물살을 타고 있는 나라…
그리고 그 수도 마나과의 한복판에는 놀랍게도 디아스포라 한국인들이 500여명이나 살고 있다. 이곳에 상주하는 한인은 100명 정도, 나머지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봉제업체 및 수출업체, 지상사 주재원들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식당이 3개, 식품점 2개, 그리고 교회도 한 곳 있으며 어느 땐가 한인회가 결성되기도 했으나 지금은 유명무실한 상태라고 한다. 지금처럼 여름 휴가시즌이면 LA와 뉴욕 등지에서 교회 단기선교팀과 의료봉사팀이 20~30명씩 내려와 얼마동안 머물다 가는 일도 드물지 않다.
“한글 간판을 보고는 너무 반가워서 뛰어 들어오는 분들이 있어요. 이런 나라에 한국식당이 있으리라고 상상도 못했다는 거죠. 아무래도 한인 손님들이 많지만 현지인들도 자주 오고 가까이 있는 대만 대사관과 일본 영사관 직원들이 단골입니다”
마나과의 중심에서 ‘영빈관’을 운영하는 정태희(60)·숙자(51)씨 부부는 과테말라에서 17년 살다가 2년 전 니카라과로 이주해 한식당을 열었다. 과테말라에서는 봉제업 등 여러 비즈니스를 했었는데 봉제 때문에 사람들이 점점 많이 몰려 인건비가 오르자 니카라과로 이주한 것.
“지금은 여기가 제일 싸요. 한달 임금이 150달러니까요.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니카라과가 중남미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라는 사실입니다. 범죄율이 코스타리카보다 낮아요. 대신 가난하고 날씨가 좀 덥긴 하지만 과테말라처럼 도둑이 설치고 치안이 불안하진 않지요. 과테말라는 상권이 좋아서 한인인구가 1만여명이나 되는데 강도의 총에 맞아 죽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정씨에 따르면 중남미 각국의 한인 인구는 코스타리카 150명, 온두라스 300~400명, 엘살바도르 200명, 파나마 100명 정도이니 니카라과는 과테말라 다음으로 한인이 많은 셈이다. 그리고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그는 열네살짜리 딸 은혜가 대학갈 때쯤 좀더 날씨가 시원한 곳으로 이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니카라과 한인 이민자 1호 허남원씨는 1991년 1월8일 이 나라가 민주화된 바로 그 이듬해 전화국 기술자로 첫발을 내디뎠다. 니카라과 정부의 요청으로 삼성의 전화기술자 20명이 함께 들어와 교환기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맡았는데 업무가 끝난 후 다 귀국하고 허씨 혼자 남았다.
“왠지 이 나라가 좋더라구요. 2년 후 가족을 다 불렀습니다. 그때만 해도 모두들 나를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몇년 후 IMF가 터지고 나니까 또 다들 부러워하더군요. 돈은 많이 못 벌어도 마음이 편해요”
바로 몇년 전까지 정부의 전화기술자로 일해온 허씨는 지금은 봉제기계 비즈니스를 하고 있으며 아내 박영희(44)씨는 마나과에서 가장 오래된 한식당 ‘아리랑’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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