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타운내 한 공연장에서는 신촌블루스 출신의 라이브 전문 가수 엄인호의 공연이 열렸다. 이날 공연은 한인 커뮤니티의 공연장 수준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우선 이날의 주인공 엄인호를 비추는 조명이 켜졌다 꺼졌다 반복했다. 엄인호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고 관객들은 눈이 피곤하다 못해 짜증을 냈다.
방희경이 게스트로 등장했을 때는 마이크가 속을 썩혔다. 마이크 스탠드가 고정되지 않아 몇 번이나 스르르 아래로 미끄러져 내렸던 것이다.
기타로 반주를 하던 엄인호는 몇 번이나 기타를 거꾸로 메고는 마이크 스탠드를 고정시키느라 애를 써야 했다. 그리고 점잖게 한마디했다. “이번 공연 끝나면 마이크 스탠드 하나 사세요.”
그래도 여기까지는 참을 만했다. 더 큰 문제는 사운드. 가수, 그것도 라이브 가수에게는 소리가 생명 아닌가. 그런데 이날 음향 상태는 무대 위 가수의 노래 소리를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정도로 엉망이었다.
음향 시설을 제대로 만질 수 있는 공연장 대표는 옆방에서 열리고 있는 돌잔치에 신경 쓰느라 정신이 없었다. 공연이 끝난 뒤 만난 엄인호는 “음향이 신경 쓰여 노래에 집중할 수 없었다. 다른 건 다 참아도 사운드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몇 주 지난 묵은 얘기를 굳이 다시 끄집어내는 이유는 한인 커뮤니티의 공연 문화 수준에 대해서 생각해보기 위해서다.
엄인호 공연이 있은 뒤 최근 2∼3주 동안 한인 커뮤니티에는 대형 클래식 음악회가 월트디즈니 콘서트홀에서 연이어 열렸다. 대관료만 하루에 2∼3만달러, 전체 비용은 10만달러 가까이 들어가는 꽤나 덩치가 큰 공연이다.
“한인 커뮤니티가 이 정도로 커졌구나” “우리 수준이 이 만큼 높아졌구나” 하기에 충분할 만큼 공연 자체도 나쁘지 않았다. 한인 문화의 어지간한 분야는 미국 주류 문화나 한국 문화 못지 않은 수준으로 발전한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클래식 음악 분야에서는 주류 사회를 뛰어넘는 연주자도 등장했다.
하지만 한인 커뮤니티의 문화 시설 수준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라이브 가수가 공연을 하거나 연극을 상연할 만한 소극장 하나 없고 정식 클래식 공연장이 없어 연주자들이 교회 건물을 빌려 연주회를 갖는 것이 한인 문화의 현주소다.
한번쯤 냉철하게 우리 문화 수준을 점검해볼 때다.
정대용
특집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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