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캘리포니아 서쪽 태평양 해변은 경관이 좋아 가끔 향수를 달래는 공간으로 한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근데 지금 고국에선 썩은 바다이야기가 온통 강산을 뒤덮고 있다.
바다란 젊은이에게 아름다운 꿈을 심어주고 무진장한 자원의 보고로 개척의 의지와 희망을 안겨주는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그런 꿈과 희망과 낭만의 바다가 사행성 흑해로 오염돼 국민 생활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참여정부 이후 개혁의 바람으로 눈만 뜨면 붉은 띠 머리에 두른 파업물결의 사나운 노조공화국이 이젠 골목마다 한두 집 건너 게임방과 성인오락실이 생겨나 가히 도박공화국으로서 흥청거리고 있다는 얘기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일확천금의 사행심 경쟁으로 나라 구석구석이 도박바다에 침몰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도박에는 경마, 경륜, 경정, 복권 등 다양하다. 여기 더하여 요술 같은 게임기에 시어처럼 예쁜 ‘바다이야기’란 이름으로 도박꾼들을 노름방에 불러들여 윗줄에 관권이 북 치고 여야 정치인들이 장구 치며 돈이 돈 바다에서 헤엄치는 듯한 도박공화국의 풍경에는 안개 속 대박 망령으로 가득 차 있는 실정이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따르게 마련이다. 손으로 하는 도박을 끊기 위해 손목을 잘랐더니 발로 하더라는 사행심의 극치를 일컫는 말도 있다. 주위에서 도박에 몰두하다가 하던 사업은 문을 닫고 단란했던 가정이 파탄 났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게 들리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아무리 즐기는 게임도 도박에 이르면 마약처럼 중독과 유혹에 못 이겨 결국 패가망신의 길로 가고 만다. 어떤 이는 국민의 정서생활에도 문제가 있다며 노동의 대가보다는 순간의 요행을 바라는 도박에 많은 사람들이 몰두해 있다고 자책의 변을 토하기도 한다.
두세 사람만 모여도 고스톱이란 도박이 보기도 흉하게 관광열차나 버스 안에서 심지어 공항로비 바닥에 주저앉아 남들 보는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판을 벌리고 있는 모습은 결코 건전한 게임문화라고 할 수 없다.
어느 야당의원은 “서민들은 도박바다에서 알거지가 되어 통곡의 눈물이 바다를 이뤘다”라며 힐난하게 정부를 비판했다. 불행하게도 나라 안에 사행심을 조장하는 각종 도박물의 출현은 정부의 정책 수행에 큰 오점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전국 방방곡곡에 독버섯처럼 솟아난 성인오락실의 범람은 예고된 혼란과 막대한 손해를 불러일으킬 국가적 위험성을 지니고 있었음에도 정부의 안일한 대처는 너무 무능해 보였다.
보다못한 주민들과 가정주부들이 아니 사회의 원로들까지 발벗고 도박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가뜩이나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에 문제 있다고 말하는데 참여정부의 비도덕적 정권말기 현상이 너무 일찍 찾아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입맛이 쓰다.
바라건대 자연의 바다가 아닌 도박장 바다이야기는 참여정부의 참회 이야기로 엮어 영영 바다 속 깊이 묻어버렸으면 좋겠다.
이재학
재미시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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