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한인타운이 허구한 날 정전되는데 지역구 시의원도 한 마디 말도 안 하고...”
폭염으로 LA시 대부분 지역의 전기가 끊긴 지난 7월 말 LA한인회의 한 이사가 내뱉은 아쉬움의 토로다. 폭염은 가셨지만 지난 6일에도 LA한인타운 웨스턴과 1가 지역은 또다시 늦은 밤까지 전기가 끊겨 한인 업소들은 일찌감치 영업을 포기해야 했다.
한인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앤드류 영 망언사태’ 이후 한인들의 정치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매번 선거 때마다 들려오는 “한인들은 투표를 안 한다.”는 말은 더 이상 새삼스럽지도 않다. 이 때문에 한인들은 정치인들에게 돈을 왕창 걷어주면서도 미운 오리 새끼 신세를 면치 못 하고 있다. 사람 머리 하나가 한 표로 보이는 정치인들에게 머리만 있지 표가 없는 한인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 역시 놀랄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앤드류 영 망언사태로 열린 한인단체장 긴급회의에서 한 단체장은 열띤 회의 분위기에 휩쓸린 탓인지 제법 민감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LA한인타운이 지역구인)허브 웨슨 시의원을 친구로 생각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라고 못 박았다.
정치인은 표를 위해, 지역구민은 지역의 이익을 위해 정치인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비즈니스의 정치학’을 ‘친구의 미학’이라 믿는 순진한 한인들에게 일깨워 준 것이다.
한인들의 부진한 정치참여는 이민 1세대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LA의 정서적 기반과 맞물려 있다. 몸은 미국에 있지만 눈과 귀는 여전히 한국 편향적인 이민 1세들은 아직도 미국 대선보다 한국 대선을 뜨거운 감자로 느끼고 있다.
하지만 몸으로 느끼는 한인들의 LA한인타운에 대한 불만지수는 이미 불쾌지수를 넘어섰다. 정례행사처럼 돼 버린 LA한인타운의 정전과 이로 인한 영업 손실, 교통 체증, 몇 년을 살아도 바뀌지 않는 지저분한 거리 환경, 그리고 LA한인타운에서 경찰 신고를 하면 늑장 도착을 한다는 경찰에 대한 오해와 편견까지...
불만을 비판으로 승화시키려면 ‘생활정치’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 생활정치는 한인들의 삶 구석구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영역일 뿐 아니라 큰 정치를 위한 힘 기르기의 좋은 발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흑인 커뮤니티의 역풍을 두려워한 나머지 월마트와 앤드류 영에 대한 소송 포기를 종용한 한인 사회의 현 정치력으로는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우리 손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그동안 우리 힘으로 관철시킨 것이 무엇이 있느냐”는 60대 한인 4.29폭동 피해자의 한인 사회에 대한 가시 돋친 독설을 한 귀로 흘려 들을 수 없는 것은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이석호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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