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취임 후 여러 차례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이번만큼 기대치가 낮았던 회담도 드물었던 것 같다. 북한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 등에 대한 양국의 견해차가 워낙 커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 결과에 별로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14일 열린 한미 정상 회담에서 양국은 북한 문제에 대해 ‘공동의 포괄적 접근 방안’에 합의했다는 말로 이견을 얼버무렸다. 그러나 정작 합의 사항인 ‘공동의 포괄적 접근 방안’의 실체 가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번 회담을 통해 주목할 만한 또 하나의 사항은 양국이 전시 작전 통제권의 한국군 단독 행사에 합의함으로써 작통권 단독 행사와 지난 50년간 한반도 평화의 주춧돌 노릇을 해온 한미연합사 해체가 사실상 기정사실화 됐다는 점이다.
작통권 환수와 연합사 해체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이를 ‘동맹의 현대화’라 부른다. 한국도 이제 어엿한 국제 사회의 성인이고 경제 대국이 된 만큼 한국이 갓난아이 수준으로 취급받던 한미 관계도 이에 걸맞게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권 국가로서 군대 작전권을 남의 나라에 넘겨 준다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일견 그럴듯해 보이는 주장이나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로 인한 안보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과의 독도 분쟁 등 주변 상황이 예측 불허인 지금 한반도의 안정과 한국 발전에 긴요한 역할을 해온 기존 동맹 관계를 바꾸는 것이 과연 시기적으로 적절한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를 더 불안하게 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이견으로 한미 관계가 악화되고 한국에서는 반미 감정이, 미국에서는 반한 무드가 이는 시점에서 이번 일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일이 잘못 된다면 ‘동맹의 현대화’가 아니라 동맹의 파기가 초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50년간 한국의 안보와 경제적 번영에 결정적 역할을 해온 것은 공동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 튼튼한 한미 관계다. 어떤 이유로든 이것이 손상된다면 한미 양국 모두 피해를 보겠지만 가장 심한 타격을 입을 사람들은 두 나라 모두와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는 재미 한인이다. 이번 정상 회담이 그 동안 벌어져온 시각차를 좁히고 건강한 한미 관계 복원을 위한 반환점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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