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지난 12일 레겐스부르그 대학교에서 연설 겸 강의를 하면서 14세기 동 로마 제국 황제의 말을 인용하였는데 대강 “모하메드의 말 중에 새로운 것이란 ‘검을 통하여 신앙을 전파하라’는 그의 명령처럼 악하고 무자비한 (evil and inhuman) 것들만 있을 뿐이다” 라는 내용이다.
그렇지 않아도 새로 즉위한 교황의 보수적인 성향을 불안스럽게 지켜보던 세계인들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회교권의 각국에서는 격렬한 비난과 항의의 데모가 불길처럼 번지기 시작하였다.
닷새만인 17일, 교황은 공식적으로 심심한 유감 (deeply sorry)을 표하는 사과를 하고 자기가 그 인용문에 동의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하였다. 교황의 공식적인 사과란 극히 비상한 일이다. 실제로 2,000년이 넘는 가톨릭 교회 역사 상 교황이 자기가 한 말에 대하여 공식적인 사과를 한 전례가 한 번이라도 있었는지 학자들이 부리나케 기록을 찾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그의 사과가 올해 초 덴마크에서 있었던 모하메드 풍자 만화 사건으로 가뜩이나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던 회교권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을는지는 두고 보아야겠지만, 아무튼 전례를 찾기 힘든 사과를 공개적으로 단행한 교황의 용기와 겸손함이 놀랍고 부럽다.
지금 미국의 대통령은 그보다 더 심한 욕을 다른 나라들에게 거침없이 했을 뿐 아니라 애초에 있지도 않았던 대량살상무기의 존재를 핑계로 시작한 전쟁으로 인하여 수 만 명의 목숨을 희생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옳다고 우기고 있는 중이다.
근래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을 계속해야만 하는 이유로 이제까지 전사한 군인들의 희생을 헛되이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멀쩡한 자기 집에 불을 질러 태우고는 나는 이제 잘 곳이 없는 불쌍한 사람이니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과 유사한 논리이다.
애초에 전쟁을 거짓 핑계로 시작하였고, 그 핑계가 거짓으로 드러나자 전쟁의 진정한 목적은 민주국가 건설이라고 해왔거늘, 이제 이라크에 민주국가는 고사하고 잘해봐야 이란에 못지않는 교리주의 국가가 세워질 것 같고 종파 및 민족 분열이 일어나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전쟁의 목적은 회교적 파시즘에 대한 투쟁이라고 다시 바꾸고, 미국 군인이 이미 2,700여명이나 죽었으니 계속 싸워야 한다는 주장은 지나쳐도 한참 지나치다.
과히 오래 되지 않았던 한 때 ‘인류의 희망’으로 불려지기도 했던 나라인 미국의 대통령이 눈도 깜짝하지 않고 이러한 수준의 주장을 당당히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마치 무슨 악몽을 꾸고 있는 듯이 느껴진다.
이 악몽에서 미국은 깨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가을 선거에 민주당이 승리를 해야만 한다. 그 후 의회에서는 행정부가 거부할 수 없는 소환권을 발휘하 여 모든 사실을 밝히는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
미국이 세계인 앞에 ‘인류의 희망’으로서 그 존재의 윤리적 당위성을 보여주기 위한 첫 걸음은 이번 가을 선거이다.
김철회
법정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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