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에서 또 한 명의 롤 모델이 탄생했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빌 게이츠가 그렇듯 김호 선생도 인류애와 열정을 가지셨던 분입니다.”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LA통합교육구 보드 멤버들은 “이렇게 꼼꼼한 레포트는 처음 본다”며 가칭 ‘코행가 초등학교 #1’ 학교 이름으로 제출한 ‘찰스 H 김’ 안을 최종 결정했다. 한인사회를 대표해 남가주 한인재단 민병수 회장은 위와 같이 감사의 인사를 했고 모든 멤버와 현장의 청중들은 따뜻한 박수로 축하를 보냈다.
지난 12일은 한인 이민사에 길이 남을 만한 날이었다. 공립학교에 한인 이민 선구자의 이름이 명명됐다. LA 통합교육구와 학교측은 ‘이민 사회의 본보기가 될 인물’ 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인뿐만 아니라 LA의 모든 이민자들이 한인 김호 선생을 꿈꾸며 살아가란 소리다.
그의 업적도 널리 알려진다. ‘찰스 H 김 전기’가 이미 영어로 수천부 제작됐으며 곧 아이들에게 배포된다. 한국어와 스페인어로도 번역, 보다 많은 아이들이 한인 이민 선구자에 대해 알게 될 전망이다.
이번 사건(?)이 더 기분이 좋은 것은 한인사회가 함께 이뤄낸 결과물이었다는 점이다.
사실 학교 이름을 두고 김호 선생 이외에도 ‘새미 리’ ‘김영옥’ 대령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타커뮤니티 후보들도 만만치 않은데 자칫하면 한인사회 내에서 경쟁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실존인물과 전쟁영웅은 학교 이름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전정보를 입수하고는 모두들 남가주 한인재단에 힘을 실어줬다. 이민 역사가는 정보를 주고, 교회는 서명운동을 받는 등 한인타운의 단합이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다.
남가주 한인재단 관계자들이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2세들도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은 이런저런 정보들을 모으고 밤늦도록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준비했다. 처음부터 “학교 이름에 한인의 이름을 붙여보자”란 제안도 이들의 아이디어였다. 안 보이는 곳에서 묵묵히 일한 이들 2세들이야말로 이번 선정의 숨은 공로자들이다.
이틀 후 14일 저녁, ‘코리아타운-윌셔 주민의회’에서 이들 2세 공로자 중 한 명을 다시 만났다. 그는 반갑게 웃으며 조용히 브로셔 몇 장을 놓고 갔다. 한인타운 인근에 중학교가 새로 세워진다는 내용이었다. ‘찰스 H 김’과 같은 성과를 다시 한번 시도하자는 무언의 몸짓 같았다. 이날 주민의회는 한인간 파벌 다툼에 바빠 아무도 이 브로셔를 거들떠보지 않았지만 기자는 이런 2세들에게서 희망을 찾았다.
박동준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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