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와 일부 중직자가 교회 건물을 전체 교인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팔려다가 제동이 걸렸다. 문제의 교회는 나성청운교회로, 전 당회장 이준만 목사는 자신과 아들, 그리고 교회 장로 등 3명의 보드 멤버의 매각동의 서명만 가지고 교회 건물을 몰래 팔려다가 법원의 제지를 받게 됐다. 매각 소문은 연초부터 나돌아왔다고 한다. 그 소문이 사실로 확인된 게 지난 9월17일. 이 날짜의 주보에 에스크로에 들어간 사실이 발표돼 교인 대표들은 가처분 신청을 제기, 법원이 그 불법성을 인정함으로써 건물매각 계약은 파기되기에 이른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전 교인이 낸 헌금으로 이루어진 게 교회의 재산이다. 때문에 단 한 푼이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나성청운교회의 건물은 시가가 1,000만달러를 훌쩍 뛰어 넘는다. 그 건물을 쉬쉬하며 몰래 팔려고 들었다. 그것도 강단책임을 맡은 목사와 교회 중직자가. 그 무모성이 놀랍다. 그 비양심적 착상이 경악스럽다.
다행히 법원의 제지로 청운교회 건물매각 파동은 일단 진정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한인 교회의 재산관리와 관련해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고 본다. 많은 한인 교회들은 코퍼레이션 형식으로 보드 멤버가 갖추어져 있다. 보드 멤버들의 동의만 있으면 재정지출이나, 재산처분이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교회 건물 매각 때 따른 구체적 부대조항이 없기 쉽다. 이번 청운교회 사태도 이 맹점을 파고 든 것이다.
교회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가 ‘은혜’다. 돈 관리에 문제가 생겨도 그러다 보니 ‘은혜’로 덮는 수가 종종 있다. 교회라는 특성상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교회의 특성이 자주 악용된다. 일부 악덕 성직자나, 중직자에 의해서다. 명세에도 없이 교회 돈을 마구 쓴다. 그리고 교회 재산을 사유화하는 것이다. 그 부작용이 심화된 게 오늘 날 적지 않은 한인 교회들이 보이고 있는 병폐다.
한인 교회 건물은 한인들이 교회에 헌납한 재산이다. 이 점에서 교회 건물은 교회 재산인 동시에 커뮤니티의 공적인 재산이다. 이 공공 재산을 관리하는데 있어 조금도 어두운 구석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요구되는 게 투명성이다. 제도적 투명성이 갖추어져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선행되는 게 있다. 진정 빛 가운데 들어가는 자세다. 교회 건물을 몰래 팔려다 들켰다. 이게 비단 청운교회의 경우뿐일까. 한 번 묻고 싶은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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