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한다. 만남은 기쁨과 설렘이 있지만 헤어짐은 늘 아쉬움과 슬픔이 있다.
지난 주말 딸이 이사를 했다. 짐을 정리해 주고 눈물을 닦으며 마지못해 돌아서는 딸을 두고 오는데 어찌나 마음이 아픈지 지금도 가슴이 아리다.
딸이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얼마되지 않았을 때 문득 4년후면 내 곁을 떠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얼마나 울었는지… 언젠가 떠날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주어진 시간이 겨우 4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을 때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처럼 슬펐었다. 하지만 함께 있는 시간을 많이 갖고, 많이 이야기하고, 많은 추억을 간직하리라 다짐했었다. 그리고 그 날부터 날마다 이별을 연습했었다. ‘기쁜 마음으로 날개를 달아주며 떠나 보내야지’
4년이라는 세월도 길지 않았다. 유난히 웃음도 많고, 말도 많은 우리 아이는 어디든 함께 다니길 좋아했고, 일을 마치고 나면 쫓아다니며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느라 늦게까지 침대에서 함께 뒹굴곤 했었다. 그래서 난 누구보다 딸아이를 잘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한달 전 뜻하지 않게 큰 수술을 하게 된 것이다. 9시간 가까이 어려운 수술을 하는 동안 난 아이를 위해 아무 것도 해 줄 수도, 대신 아파 줄 수도, 함께 있어 줄 수도 없는 나약한 존재임이 얼마나 속상했는지 모른다. 이제 겨우 회복중인데 아직 치료는 시작도 안 했는데 딸은 둥지를 떠났다.
내가 힘들 때 딸은 함께 기도하고 이야기도 하고, 도와주기도 했지만 정작 딸이 너무 힘들어서 대학원서를 접수하고 통곡을 하며 울 때 우리 부부는 아무 것도 도와주지 못했다. 그 어려운 과정을 혼자 견뎠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런데 이제 더 많은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르는 넓은 세상으로 떠나보냈으니 앞으로는 어찌 살까?
이제까지 처럼 딸아이는 잘 할 것이라 믿는다. 좁은 공간이지만 새로운 미래를 꿈꾸며 그 꿈을 이루어갈 희망의 공간이라는 걸 안다. 그 곳에서 새로운 세계를 배우고 가슴에 품는 딸이 되길 기대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돌아선다. 미련과 아쉬움 속에 아직도 이별이 채 끝나지 않았는데 집에 오니 또 다른 이별이 내 가슴을 채우며 목이 메게 한다. 어느 덧 아들과의 이별도 3년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더 해주고 싶어도, 먹이고 싶어도, 만지고 싶어도 만질 수 없이 그리워만 해야 하는 또 다른 이별이다.
안될 줄 알면서도 남은 시간동안 또 이별을 연습하고 다짐해야 한다. 생의 마지막까지 우린 얼마나 많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을 해야 할까. 앞으로는 이별보다 만남의 기쁨이 더하기를 기대하건만 마음 한켠은 아직도 시리고 아프다.
‘지금쯤 딸아이는 뭘 하고 있을까?’
양주옥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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