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상에 살게 될 것이다.” 미국의 경고였다. 2005년10월9일. 한반도 북단 함경북도 화대리에서 발생한 ‘인공지진’은 전 세계를 엄청난 충격 속에 몰아넣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것이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끝내 넘었다. 그 시점을 경계로 어제와 오늘의 한반도가, 또 세계가 분명히 달라졌다. 거대한 핵 태풍이 한반도에 몰아치면서 한국은 6.25 이후 최대의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강력한 국방력을 갈망해온 우리 군대와 인민에게 커다란 고무와 기쁨을 안겨준 사변이다.” 북한 당국의 보도로, 이번 핵실험이 한반도와 주변지역의 안정을 수호하는 데 이바지 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실상은 그와 정반대다. 김정일 체제의 연명을 도모하기 위해 한민족 전체의 생존을 인질로 잡고 저지른 도박이 핵실험이다. ‘그래도 같은 민족인데…’라는 한국인들의 정서 따위는 눈곱만큼도 고려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한반도 안정을 운운한다. 그 뻔뻔함에 분노가 인다.
핵실험은 벌써부터 후폭풍이 돼 한국을 한치 앞을 볼 수없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주가가 폭락했다. 달러화가 뛰고, 금값이 치솟았다. 현실이 된 북한 핵무기에 대한 공포가 한국의 금융시장을 덮친 것이다. 핵실험의 첫 파장이 이 정도다. 앞으로의 상황에 따라, 또 국제사회의 대 북한 제재조치가 취해지면서 긴장은 더 고조된다. 그럴 때 그 파장은 거대한 해일로 변해 한국은 물론 미주의 한인 경제권에도 적지 않은 충격파를 몰고 올 것으로 우려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보다도 안보위기다. 북한이 ‘비대칭무기’인 핵무기를 소유하게 되면서 한국은 안보무방비 상황을 맞은 것이다. 군사적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제력과 북한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군사력 비교 같은 것이 이제는 의미가 없게 된 것이다. 북한이 국지적인 도발을 해와도 특별한 대응이 불가능하다. 핵무기의 위력을 당할 수 없어서다. 한국은 북한의 핵 인질이 돼 북한이 원하는 대로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돌고 있다.
더 화급한 문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응이 초래할 수 있는 위기상황이다. 대량살상무기 확산은 결코 방치할 수 없다. 미국의 확고한 의지다. 국제사회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제재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이 그것으로, 이 성명이 천명한 대로 유엔안보리는 강력한 대북결의를 채택할 것이고, 미국도 강공책을 구사할 것이다. 이런 정황에서 북측이 반발할 경우 상황은 것 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번질 수도 있다.
이번 핵실험위기는 북한주민의 삶은 돌보지 않고 세습독재체제 연명을 지상과제로 삼아온 북한정권에 그 근본적 책임이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포용정책에 집착한 나머지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 핵 개발은 일리가 있다’는 식의 발언도 마다하지 않았다. 제 발등을 스스로 찍은 꼴이다. 포용정책에 더 이상 매달려서는 안 된다. 파기해야 한다. 북한정책을 원점으로 돌리고 백지에서 다시 시작해 확고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요구되는 것은 한미동맹의 강화다. 전시작전권 환수를 떠들 때가 아니다. 그리고 강화된 한·미 양국관계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와 공조의 폭을 넓혀가야 한다. 한 가지가 또 있다. 안보불감증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민이 깨어나야 한다. 미주 한인사회도 깨어 있어야 한다. 북한의 핵무장은 자칫 한민족 전체의 절멸을 가져올 수도 있는 민족적 위기다. 이 위기타개에 미주 한인들도 몫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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