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커뮤니티에서 만나는 취재원들은 늘 똑같은 질문으로 대화를 트곤 한다. 바로 기자가 미혼인지 기혼인지의 여부에 대한 질문이다. 아직 미혼이라 대답하면 한결같이 “왜 아직 안 하셨어요?” 내지는 “언제 하실 건데요?”, “만나는 사람은 있으세요?” 등의 후속(?)질문이 이어진다.
한인 사회에서 20·30대 남녀에게 가장 흔하게 건네는 인사말은 바로 “결혼했느냐” 혹은 “국수 언제 먹게 해 주느냐”라는 식의 질문이라 하겠다. 당사자의 결혼여부에 정말 관심이 있기보다는 그저 그 나이 또래라면 이미 했거나 아니면 앞으로 치러야 할 대사인 ‘결혼’에 대한 천편일률적인 질문을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신혼 부부로 보이는 남녀에게 가장 흔하게 건네는 인사말은 “자녀는 언제 가질 것이냐”이며, 자녀를 한 명 가진 부부에게는 “둘째는 언제 가질 것이냐”가 마치 “밥 먹었느냐”와 같은 식의 흔한 인사말이 되어 버렸다.
한국의 한 심리학 교수는 한인들은 사회적 측면에서 남들과 다른 생활방식을 갖고 있거나 튀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쉽게 수용하지 못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들과 같은 집단에 속해있고, 남들 눈에 띄지 않을 때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는데, 매일 주고받는 인사말을 통해서도 이 같은 성향이 무의식적으로 반영되는 것이다.
문제는 무심코 던지는 이 같은 인사말이 일부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유쾌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취재 차 만났던 한 2세 여성 공무원 K씨의 경우가 그랬다. 커리어에 매진하다보니 어느새 30대 중반을 훌쩍 넘어버린 이 여성은 친척들을 만나거나 어른들을 만날 때마다 “언제 결혼하느냐”라는 질문에 시달린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한인남성은 “자녀는 언제 낳을 것이냐”고 질문하는 어른들에게 자녀계획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기 피곤하다고 호소했다. 말을 건네는 사람들이야 무심코 던진 한 마디겠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만나는 사람마다 듣는 말이어서 친척이나 어른들을 만나는 자리는 자연스럽게 기피하게 된다는 설명이었다.
K씨는 “미국 사람들의 경우 오늘 머리 스타일이 멋지다, 신발이 멋지다 등 내 자신에 관한 이야기로 인사를 건네는데 한인들은 왜 다른 사람들과 같은 틀에 끼여 맞추는 내용으로 인사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모나거나 튀지 않고 둥글게 사는 삶을 중요하게 여겨온 한인들에게 인륜지대사인 결혼과 자녀출산 등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관문이다. 인사말로 이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도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 일 수 있다.
그러나 의식의 변화가 과학의 발전보다도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현대사회가 아닌가. 개인의 가치와 특성을 그 어느 사회보다 존중하는 미국 사회에서 살고 있다면, 적어도 그 사람 개인에게 관심을 두고 개인에 대한 인사말을 하는 방법 정도는 배울 필요가 있다고 본다.
<홍지은> 특집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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