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다이아몬드’에서 용병으로 나오는 레오나르도 디 카프리오(왼쪽)와 어부역의 디몬 훈수.
엄청난 ‘공짜 선전’덕 본다
시에라 레온 다이아몬드 광산 인권유린 배경
국제 카르텔측, 거액뿌려 허구 주장
국제 사면위 등선 관심 끌기 홍보전
에드 즈윅(‘마지막 사무라이’)이 감독하고 레오나르도 디 카프리오, 디몬 훈수, 제니퍼 카넬리가 나오는 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액션 스릴러 ‘피의 다이아몬드’(Blood Diamond)가 개봉되기 2개월 전부터 엄청난 공짜 선전의 덕을 보고 있다고 영화 전문지들이 보도했다.
워너 브라더스(WB)가 오는 12월15일에 개봉할 영화는 1990년대 말 시에라 레온의 반정부 의용군들이 다이아몬드 광산을 점령한 뒤 다이아몬드 원석을 팔아 번 돈으로 무기를 사 수천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살해하고 불구로 만든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허구의 인물들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백인 용병과 흑인 어부가 우연히 희귀한 분홍 다이아몬드를 발견하면서 이 보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추격과 도주와 살육을 그린 영화다.
이 영화가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다이아몬드 구입자들이 자신들이 사는 다이아몬드가 아프리카서 일어나는 살육의 자금원인 ‘피의 다이아몬드’라는 것을 깨닫고 매입을 포기하는 사례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기인하고 있다. 영화 개봉에 앞서 거액의 선전비를 뿌려가며 이 영화가 허구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단체가 국제 다이아몬드 카르텔인 드 비어스. 이들은 시에라 레온의 내전은 끝났지만 이 영화가 개봉되면 영화를 본 사람들이 과거의 사실이 현재의 것으로 오인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드 비어스는 이 영화가 나오면 크리스마스와 밸런타인스 데이의 다이아몬드 매상률이 급감할 것을 우려, 영화 제작진에게 “영화 내용은 허구이며 과거의 사실”이라는 자막을 영화에 삽입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즈윅은 “내 영화가 ‘피의 다이아몬드’에 대한 관심을 야기한 것이 기쁘다”면서 이들의 요구를 거절했다.
한편 국제 사면위는 이 영화를 매체로 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 업계를 둘러싼 인권유린에 대해 세상의 관심을 불러오려는 계획을 마련, 드 비어스측을 더욱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드비어스는 할리웃 스캔들을 전문으로 다루는 홍보회사 시트릭사를 고용, 신문과 온라인 광고를 통해 ‘피의 다이아몬드’의 공급과 판매를 억제하려는 업계측의 노력을 선전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9월 보츠와나의 칼라하리 부시멘들이 연예 전문지 버라이어티에 전면 광고를 내면서 ‘피의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선전전이 한층 더 뜨거워지고 있다. 이들은 드 비어스가 보츠와나에서 채취하는 다이아몬드는 ‘피의 다이아몬드’로 간주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광고에서 직접적으로 디 카프리오에게 도움을 호소하면서 “우리의 친구들이 당신이 다이아몬드가 사람들을 크게 해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 ‘피의 다이아몬드’에 출연하고 있다고 우리에게 알려줬다. 우리는 그런 사실을 잘 안다. 우리가 우리들의 땅에서 쫓겨났을 때 관리들이 우리의 땅에서 다이아몬드가 발견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발 우리를 도와주십시오”라고 실지 회복을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또 지난 2월에는 보츠와나의 광물에너지 수자원부 차관과 세계 다이아몬드위의 관계자가 합동으로 즈윅에게 서신을 보내 광주들이 시에라 레온의 ‘피의 다이아몬드’ 거래를 대폭 줄였다는 사실을 보여달라고 부탁했지만 즈윅은 “영화는 1999년에 일어난 사실에 바탕을 뒀으며 우리는 영화 내용에 관해 그 누구와도 협상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궁지에 몰린 다이아몬드업계측은 지난 9월부터 수백만달러의 광고비를 지출해 가며 업계의 자정과 ‘피의 다이아몬드’ 거래 감소 노력에 대해 선전하고 있으나 이는 오히려 역효과를 낸 셈이라고 신문들은 말했다. 광고를 본 사람들이 ‘어딘가 구린데가 있으니 막대한 돈을 써가며 이미지 선전을 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한편 영화를 미리 본 사람들에 의하면 영화 내용이 다이아몬드업계를 초조하게 만들만도 하다는 것. 영화에는 실제로 팔다리가 절단된 12명의 아이들이 나오는데 이들은 ‘피의 다이아몬드’ 거래가 자금줄인 내전의 희생자들. 또 영화는 내전의 다른 희생자들인 수백만명의 피난민들과 수천명의 소년군인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 아이들은 그들의 가족으로부터 훔쳐낸 아이들로 납치 후 살인과 만행을 하도록 훈련받는다. 현재 아프리카에는 20만명의 소년군인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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