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 할리웃의 타워 레코즈.
샌프란시스코의 타워 레코즈 매장.
인터넷몰의 공세에
적자 못견디고 몰락
디지털 음악시장등
새 시장개척도 못해
최근 파산에 이은 매각으로 뉴욕의 브로드웨이부터 웨스트 할리웃의 선셋 블러버드에 이르기까지 각 매장에서 폐업세일이 한창인 미국 최초의 음반 전문점 ‘타워 레코즈’는 변화하는 세상에서 변화하지 않는 기업의 말로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미 ‘타워’의 경쟁업체들을 여럿 집어삼킨 인터넷과 대형 할인점이라는 막강한 힘도 견디지 못했지만 세상 모든 곳의 음반가게들이 다 장사가 안된지가 오래 됐는데도 과거에 했던 대로 자꾸 새 매장 여는 데만 매달리다가 실패를 자초하고 말았던 것이다.
6년 전 인터넷 때문에 상처받기 시작하면서도 타워의 창립자인 러스 솔로몬(81)은 웹은 결코 매장을 대신할 수 없을 것이라고 코웃음쳤고, 2004년 파산으로 부채를 크게 줄일 수 있는데도 발빠르게 디지털 다운로드 음악시장으로 진출해 새 출발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전국적으로 소매업종에 자문하는 조지 웨일린은 “지난 30년간 타워 레코즈를 지켜본 사람은 이 회사처럼 변화하지 않은 기업도 없음을 안다”고 말했다.
그 결과 현재 진행중인 파업세일과 함께 타워 레코즈가 문을 닫으면 2,700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새크라멘토의 자기 아버지 드럭스토어에서 1940년대부터 레코드를 팔기 시작했던 창업자 솔로몬은 군대에 다녀와 두어 차례 음반 소매업에 실패한 다음에 1960년대에 새크라멘토에 첫 번째 ‘타워 레코즈’ 매장을 열었다.
그 결과는 가히 혁명적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음반은 백화점이나 기타 소매점의 잘 안 보이는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다. 아직 음반 전문점이 없을 때라 “레코드를 사려면 ‘울워스’ 같은, 백화점으로 갔었다”로 새크라멘토의 음악가 믹 마틴은 회고한다.
그러나 타워가 실제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것은 1968년께부터다. 솔로몬이 어느 날 아침 샌프란시스코의 피셔먼스 와프에서 보아둔 빈 가게 터를 얻어 새크라멘토 밖으로 처음 진출했는데 당시 활발해진 샌프란시스코 음악계의 움직임이 맞물려졌던 것이다.
2년 후 웨스트 할리웃의 선센 스트립에 연 타워 레코즈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레코드 가게가 됐고 이어 도쿄부터 텔아비브까지 곳곳에 타워 레코즈 매장이 세워졌다. 레코드뿐만 아니라 책, 비디오까지 취급하게 된 타워 레코즈 매장은 전 세계에 200개가 넘게 됐다. 1990년대 초에 포브스 잡지는 타워의 가치를 3억2,500만달러로 보았고 1990년대 중반에 연간 매출은 10억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에 음악계에는 변화가 태동하고 있었다. ‘보더스’ 같은 서점 체인들이 음반업에 진출해 나이 들어가는 베이비붐 세대들이 편안하게 들어보고 음반을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나선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베스트 바이’ ‘월마트’ 같은 대형 상점들이 CD를 팔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손님을 끌기 위해 타워 같은 전문점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조그만 물에서 혼자 놀고 있다 갑자기 800파운드짜리 고릴라가 뛰어 든 격”이라고 전국 레코드상협회 이사인 마이크 드리즈는 말한다.
1994년에 1,730만달러로 최고를 기록했던 이익은 3년 연속 하락, 1997년에는 350만달러로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또 다른 위협이 다가 오고 있었다. 인터넷이었다.
온라인 서점 아마존 닷컴도 CD를 팔기 시작했다. 타워 레코즈의 비즈니스에 진짜 타격을 준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때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CD를 제값 다 내고 사는 손님들이 갈 곳이라고는 타워 레코즈 밖에 없었는데 사정이 달라진 것이다.
그 정도로 끝난 것이 아니라 1999년에는 무료로 음악을 다운로드하게 했던 웹사이트 ‘냅스터’까지 등장했다.
1999년에 타워는 첫 손실을 기록했다. 880만달러였다. 적자를 만회하려고 22개의 비디오 렌트 매장을 닫았지만 적자는 2000년에는 1,010만달러, 그 다음 해에는 9,030만달러로 늘어갔다. 서점 대부분을 포함한 17개 매장을 닫으면서 4,600만달러를 장부에서 삭제했는데도 그랬다.
결국 2001년부터 파산 가능성을 저울질하던 타워는 2004년에 파산을 신청했다. 한달 후에 새 주인과 삭감된 채무를 안고 새 출발했지만 타워는 그렇게 주어진 재기의 기회를 전혀 활용하지 않았다는 것이 분석가들의 말이다.
파산신청 이후 타워는 처음엔 그럭저럭 잘 해나갔다. 음반 판매고도 안정됐고 DVD의 인기도 등에 업었다. 그러나 DVD 경기도 침체됐고 아이튠 때문에 모든 음반 소매점들이 고전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끝난 마지막 회계연도에 타워의 매출은 10% 하락, 4억3,000만달러로 떨어졌고 결국 8월20일 파산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파산으로 새로 은행돈이 들어왔지만 예전처럼 장사가 될 리는 만무했다. 벤더들이 즉시 현찰 지불을 요구하고 나섰다. 해결책은 단 한가지, 회사를 매각하는 일이었다.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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