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은 한인들에게도 친숙한 이름이다. 우주와 생명에 관한 고전인 그의 책은 TV 다큐멘터리로도 만들어져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5억 명의 시청자를 기록하는 공전의 히트를 쳤다.
그가 평생 동안 관심을 갖고 연구해 온 과제의 하나는 우주에 인간 이외에 고등 지능을 갖춘 생명체가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은하계에만 태양과 같은 별이 수천 억 개가 있고 은하와 같은 성운이 수백억 개가 있는 점으로 미뤄볼 때 지구와 같은 조건을 갖춘 행성은 수없이 많고 그 중 하나에 인간과 같은 고등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거의 100%일 것이란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가 누구보다 앞장서 대형 안테나를 통한 ‘외계 지능 탐사’(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사업을 지지한 것도 그래서였다.
그러나 SETI 사업이 수십 년 째 계속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외계인이 보내온 전파 메시지를 찾는데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우주가 워낙 넓고 인간의 기술이 아직 미미한 전파까지 탐지할 정도로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칼 세이건을 포함, 일부에서는 새로운 가설을 내세우기도 한다.
즉 일정 수준 이상 지능을 가진 생명체는 고도의 문명을 건설하지만 이는 오래 가지 못한다는 이론이다. 그 이유는 기술 발달과 함께 이들이 개발하는 무기의 파괴력도 급속히 커진다. 한번 이런 무기가 개발되면 널리 퍼지게 마련이고 그 중 누군가가 어느 순간 이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할 경우 그 생명체 집단은 자멸하고 만다는 것이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사극 ‘주몽’만 봐도 이 이론이 그럴 듯 보인다. 부여의 금와왕은 숙적 한나라와 싸워 이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한나라 강철 검에 맞설 수 있는 비장의 무기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판단, 우여곡절 끝에 성공한다. 그러나 이 검의 비법은 순식간에 인근 졸본으로 퍼져나가고 결국에 가서는 주변국 모두가 이를 갖게 된다.
인류 역사를 보면 항상 강한 무기를 가진 종족이 그렇지 못한 종족을 지배해 왔다. 호랑이나 사자에 비해 이빨도 발톱도 형편없는 인간이 ‘백수의 왕’을 제압할 수 있었던 것은 처음에는 석기, 나중에는 칼과 창의 힘이었다. 청동기 무기를 만든 종족이 석기밖에 없던 종족 위에 군림했고 그 후 철기를 든 종족이 이들을 거꾸러뜨렸다.
처음 총포와 화약이 만들어졌을 때 이는 소수 국가의 최고 기밀이었지만 나중에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공통의 지식이 되었으며 이제 모든 나라, 모든 민족이 이를 갖고 있다. 20세기 중반 백인들의 식민지 지배가 끝난 가장 큰 원인을 총기 보급의 보편화에서 찾는 이론이 있다. 똑같이 총을 들었을 때 백인이 아시아인이나 아프리카 흑인보다 나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북한이 한민족의 명절 추석을 기념해 핵실험을 하는 바람에 세상이 시끄럽다. 유엔 안전 보장 이사회가 북한 제재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북한의 전통 우방인 중국마저 북한과의 교역에 검문검색을 실시하는 등 핵 포기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북한이 쉽게 이를 포기할 것 같지 않다. 지난 50년간 어느 나라보다 고립된 상태에서 ‘내 갈 길을 간다’며 수백만의 자국민을 굶어 죽인 나라가 북한이다. 이제 와서 외부 압력에 굴복하는 것은 김정일이 살아 있는 한 불가능한 일이다.
설사 북한이 핵을 폐기한다 하더라도 핵의 확산은 피할 수 없는 대세로 보인다. 지금까지 핵 개발에 성공한 후 이를 자진해서 포기한 나라는 남아공 하나뿐이다. 그 남아공조차 요즘 다시 핵 개발을 시도하는 중이라 한다. 인류 역사는 한번 병 밖으로 나온 지니를 다시 안에 집어넣는 것은 불가능함을 보여준다. 과연 인류에게는 자멸을 막을만한 능력이 있는 것일까.
<민 경 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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