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의 무용을 전통무용이라 부르는 무용인들은 많다. 그러나 전통 무용의 종목을 제대로 이수했거나 그 중의 어느 한 계보를 이어나가고 있는 무용인은 드물다.
이민사회라는 이유 때문에 이러한 척박하고 협소한 조건들이 관대하게 이해되어져야 하는 시기는 오래 전에 지나갔다.
지난달 20일 포드 극장에서 초청공연을 가진 김응화의 공연은 그런 의미에서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김응화의 무용계보는 고 벽사 한영숙 선생으로부터 시작한다.
어릴 적 인간문화재였던 벽사의 1기 제자로 입문,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의 무용 경력은 40년에 이른다. 벽사의 계보가 김응화로 인해 이곳 미주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미주 무용계에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우리 땅에서 우리 민족과 함께 숨쉬며 고락을 나누어온 우리 춤사위의 혼과 정서를 미주에서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70년에 이민 온 김응화는 한국 춤의 큰 산맥으로 이어져 전승되는 한성준, 한영숙 류의 춤들을 이곳에서 면면히 계승, 발전시켜오고 있다. 그런 김응화의 공로는 모국 문화를 접할 기회가 없는 2세들에게 전통 문화의 고유한 정서를 심어주는 뿌리 교육의 역할로 이어진다.
김응화는 특별히 이번 공연에서 ‘지전무’를 훌륭히 소화해 내 자신이 전통문화의 계보를 다져가고 있는 무용가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켰다. 모처럼 주류 사회 무대에 보여준 이번 공연이 한인 사회에 활력소를 불어넣으면서 전통문화가 뿌리 내리는 견인차 역할을 해주었으면 한다.
서구 상업주의의 노예가 된 듯한 오늘의 우리 사회, 특히 나약하고 전통문화에 대한 애착을 잃고 있는 청소년 문화의 한 단면을 볼 때 김응화의 춤무대는 전통문화를 통해 1세와 2세가 서로 공감대를 갖는 귀한 시간이었다.
이병임(무용평론가·미주 예총 회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