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감상이 좋아서
그냥 모인 동호인들
‘LA 예술 여행’
게티센터 독일회화전
큐레이터가 설명하니
정말 좋은 기회죠
인디언 서머도 끝나고 찬바람이 솔솔 불기 시작하던 지난 9일 오후 12시. UCLA 서쪽에 위치한 게티센터 야외 카페에 한인 여성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LA 예술여행‘ 멤버들이 투어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했다.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화가 조현숙씨. <진천규 기자>
이들보다 먼저 와서 기다리는 사람은 화가 조현숙씨. 오늘 모임을 결성한 주인공이자 안내 역할을 맡았다. 조씨는 “1시30분부터 독일 회화전을 둘러보기로 돼있다”며 “큐레이터의 설명을 따라가는 본격적인 투어에 앞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으며 사전 설명을 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12시가 조금 지나자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참가자는 조현숙씨를 포함해 모두 9명. 젊게는 30대에서부터 많게는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에 직업은 가정주부가 가장 많았고 다운타운 비즈니스 우먼부터 전직 한인 단체장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조씨를 제외하고는 딱히 아티스트라고 할 만한 사람은 없다. 그냥 그림이 좋아서 모인 아마추어 동호인이다. 실제로 조씨의 친구 이진희는 서울대 미대를 나왔지만 결혼 후 줄곧 주부로 지내고 있고, 어린이집을 운영하던 줄리 김씨는 간간이 글을 써서 발표하는 정도다.
이렇게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인 목적은 게티센터에서 열리는 독일 회화전을 둘러보는 것. 게티센터 내 다른 전시는 오늘 이들의 관심 밖이다. “한 번에 여러 전시를 둘러보면 헷갈리기만 할 뿐 예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조씨의 설명.
모임의 이름은 딱히 정해지지 않았다. “‘LA 예술 여행’(Art Tours in LA) 정도라고나 할까요. 그냥 시간되는 사람끼리 모여 LA 주변에 볼만한 전시 같이 보러 가기 위한 모임이에요.”
모임은 조씨의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됐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미술을 좀 더 쉽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다 뮤지엄을 같이 둘러보며 설명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시작됐다.
“사실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말로 풀어내는 데 익숙하지 못해요. 반면 일반인들은 예술가들로부터 친절한 설명을 듣기를 원하죠. 그런 고민을 하다가 같이 뮤지엄을 둘러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조씨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인 가운데 그림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이메일을 보냈고 그 가운데 답장 온 사람 위주로 모였다. 첫 모임은 지난 10월 LA카운티 뮤지엄에서 열린 ‘브레이킹 더 모드’라고 하는 서양 패션 변천사 전시회와 모던 유리 전시를 둘러보는 것이었다. “그림은 알고 보면 갭이 줄어들어요.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은 많은데 잘 설명하는 사람은 드무니까 오늘처럼 큐레이터가 전시를 설명할 때가 좋은 기회인 셈이지요.”
이날 참석자들은 조씨의 설명을 1시간30분가량 듣고 게티센터에서 마련한 큐레이터 투어에 참가했다. 외국인 관람객 50여명과 섞여 이들은 2시간 동안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투어를 마친 뒤에는 야외 카페에서 간단한 뒤풀이가 이어졌다.
“그 동안 박물관을 여러 차례 다녔지만 그림이 그려진 역사적 배경과 기법을 모르니까 보고 나서 허전한 마음이 들곤 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친절한 설명을 들으니 그림이 왜 좋은지, 무엇 때문에 의의가 있는지 잘 알게 됐어요”라는 줄리 김씨의 소감은 이날 함께 다닌 사람들의 마음을 잘 대변해주었다.
12월 모임에 대해서는 ‘모인다’는 것만 확정됐을 뿐 세부 일정은 미정이다. 조씨는 “해머 뮤지엄에서 하는 울프겐 틸트맨스 사진전과 LACMA에서 열리는 마그리트전 가운데 회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할 참”이라고 귀띔했다.
LA 예술여행에 관심 있는 사람은 (818)987-5251 혹은 이메일 cho56f@earthlink.net로 연락하면 된다.
<정대용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