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2세 미술가 리앤 이씨.
민속공예품전 참여
2세 미술가 리앤 이
‘성조기 고무신’등 통해
그들의 정체성 갈등 표현
LA카운티 뮤지엄(LACMA) 건너편에 있는 LA 민속공예박물관(Craft and Folk Art Museum)에서는 내년 1월21일까지 한국 전통 민속공예품전이 열린다. 한인 여류작가 4명의 수공예 작품 39점이 선보이는데 이 가운데 유독 관람객들의 시선을 끄는 두 작품이 있다.
성조기로 장식된 고무신과 어른 키 높이의 바나나 박스가 바로 그것들로 둘 다 한인 2세 미술가 리앤 이의 작품들이다. 한미박물관 초대관장을 지낸 이명숙씨가 그녀의 어머니다. 한인 2세만이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정서가 묻어난다는 게 두 작품의 공통점이다.
‘바나나 상자’(Banana Box)
‘꿈을 밟아 가다’(Treading on Our Dreams)
‘꿈을 밟아 가다’(Treading on Our Dreams)는 하얀색이 되어야 할 한국 여인의 고무신이 성조기로 장식됐다. 이는 미주 한인 여성이 미국사회에서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긴장감과 문화적 불일치를 상징한다. “멀게는 ‘사진 신부’에서부터 가깝게는 환경 동가에 이르기까지 ‘꿈을 밟아가다’는 한인 여성이 미주사회에서 쌓아온 역사에 존경을 표시하면서 다음 세대 여성에게 희망과 꿈을 제시한다”는 게 리앤의 작품 설명이다.
‘바나나 상자’(Banana Box)는 아시안 아메리칸들이 미국에서 살며 겪은 경험을 교류하기 위한 도구로 제작된 일종의 설치미술이다. 바나나는 겉모습은 동양인이지만 사고방식은 서양인이라는 뜻의 인종적 속어를 의미한다. 한편으로 바나나는 아시안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겪게 되는 문화적 동화와 적용 사이의 갈등을 나타낸다.
바나나는 또 아시안 이민자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규정한다. 리앤은 “아시안 이민자들 사이에 의사소통의 장을 마련해 주기 위해 작품에 자신들의 경험을 적어서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리앤은 1981년 LA에서 태어났다. 이후에는 자신의 표현대로 ‘유목민’적인 삶을 살았다. “10세 되던 해 한국으로 건너가 1년 남짓 살다가 이듬해 돌아왔어요. 열다섯 살 때는 이탈리아 아스티로 가 1년 동안 공부했고 대학은 미네소타 칼레톤 칼리지를 졸업했어요. 대학에서는 그림과 종이제작 등을 공부했지만 현재는 조각과 설치미술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 덕분에 리앤의 작품에는 한인, 더 나아가 아시안 이민자 2세만이 겪을 수 있을 독특한 정서가 예술로 표현되고 있다. “한인 2세로서의 정체성 속에서 한국 민속공예와 한국 전통을 자신의 재료를 통해 녹여내는 것이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예술 세계입니다.”
리앤은 이번 LA 민속공예박물관 전시 외에 올해 롱비치에서 열린 여성 예술제와 글렌데일 종이작품전 등 다수 그룹전에 출품했으며 지난해에는 에바 메이슨 도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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