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과 해방 그리고 문제해결’
“한국은 현 상황 문제해결 않으면 안되는 단계”
소설 ‘호모 엑세쿠탄스’
내년 1월 출간 예정
새해 초 귀국 미 체류 결정
이문열은 겸손한 모습이었다. 지난 15일 국제한국전기념재단과 국군포로송환위원회 주최로 LA한국교육원에서 ‘구원과 해방 그리고 문제해결’이라는 주제로 열린 강연회에서 그는 한 번도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지 않았다.
‘강성 보수’ 이문열의 모습은 이날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강연 뒤 한참 동안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도 그는 공손한 자세로 양손을 배에 모으고 고개를 꺼덕이며 경청했다.
이문열은 이날 한국의 현 상황을 ‘종말적’이라고 표현했다. 이문열에 따르면 종말이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마지막 단계를 뜻한다.
“한국은 4가지 차원에서 종말론적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첫째, 정치적으로 현 집권세력이 추구하는 통일정책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용납되지 않습니다. 둘째, ‘미국 덕’을 본 시절을 기억하는 세대가 많지 않아요. 386 세대는 미국에서 받은 기억이 없어요. 셋째, 경제적으로 소유 구조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추구하는 방법이 사회주의적이에요. 끝으로, 외세에 의한 식민주의적 수탈이 이미 심각하게 자행됐거나 이제 시작되려 한다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이런 사전 설명을 깔고 그는 내년 1월 출간 예정인 ‘처형하는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엑세쿠탄스’에 대해 얘기했다. “한국의 현 상황은 서기 66~70년에 있었던 유대전쟁 때와 흡사합니다. 당시 예루살렘 인구는 최대 120만명으로 추정되는데 성안에 있던 5,000명의 열심당원이 이들을 인질로 잡아 로마에 반란을 일으켰지요. 갈릴리 남쪽 사람이었던 요한파가 성안으로 들어가 열심당과 합세, 유대인 가운데 로마군 내통자와 보수 기득권층을 살해합니다.”강한 경상도 북부 액센트를 지닌 작가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에 대항해 유대인 기득권층은 산적이었던 시몬파에 구원을 요청, 이들이 성안으로 들어오게 되고 시몬파는 요한파와 내전을 벌이게 됩니다. 성 밖으로 도망 나온 자들은 로마군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됐어요. 눈여겨볼 건 유대인의 대부분이 로마군에 의해 살해된 것이 아니라 유대인 내란에 의해 살해됐다는 점입니다.”
소설 얘기를 끝으로 강연은 마무리됐다. 강연 제목이었던 ‘구원과 해방 그리고 문제해결’에 대한 방법은 제시되지 않았다. 그래서 질의응답 시간에 청중들은 그가 명확한 답을 내려주기를 원했다.
어떻게 해야 한반도가 않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말이다.
심지어 어떤 청중은 그로부터 한국에서 벌어지는 저출산과 만혼문제에 대한 해답까지 구했다.
하지만 이문열은 끝까지 “저도 잘 모릅니다. 그냥 작품을 통해서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볼 따름입니다”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눈치 빠른 청중들은 이문열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충분히 눈치를 챌 수 있었다. 강연 중간 그는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내년에 있는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선택을 잘 해야 한다.” “앞으로 5년 이런 식으로 변화가 이루어지다가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상태가 될 수도 있다.” “내년 정월에 한국에 잠깐 들어간다. 내가 거기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봐서 미국 체류 여부를 결정하겠다.”
<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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