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밝은 미래를 위해 걸어가고 있다는 거야
8월에 일어난 ‘성폭력사건의 상처와 아픔’ 치유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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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어리지만 강하게 자라고 있어. 19년이란 세월 동안 우리는 함께 기쁨과 슬픔, 힘든 일을 다 헤쳐 나갔네. 너를 기대어 자라고 너를 통해 자라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밝은 미래를 위해 걸어가고 있다는 거야.
◆큰 고통을 안겨준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18일 UC버클리 폴리볼룸에서 열린 한인청년문화원(KYCC)의 가을문화축제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청문연 석승혜 회장은 지난 8월 청문원 회원 중 한명이 풍물강습을 위해 한국에서 온 선생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건을 공개하면서 이번 축제를 통해 이 사건이 얼마나 커다란 인권침해인지를 알리고 커뮤니티 차원의 책임과 상처 치유의 계기를 마련코자 한다고 서두를 꺼냈다.
조선정 KYCC 이사는 성폭력 사건은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 없으며 우리 단체뿐 아니라 커뮤니티의 문제라며 피해자는 자신이 노출되길 꺼려하지만 이 사건이 쉬쉬 감춰지는 것 또한 원치 않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조 이사는 피해자는 용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며 우리(청문연)도 우리가 할 수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 일로 청문연의 상처가 깊었으며 여파도 컸지만 그 아픔을 승화하는 의미로 ‘스며드는 뿌리 피어나는 꽃잎’으로 주제를 정했다고 덧붙였다. 청문연은 한국 풍물전수관의 모든 회원들이 성희롱과 여성주의 세미나를 받을 것, 발생한 사건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인정하는 것 등을 가해자와 전수관에 전달한 상태이며 청문연 역시 성폭력에 관한 세미나를 두차례 받았다. 현재 풍물전수관의 응답은 긍정적이며 청문연 역시 꾸준한 내부 토론을 통하여 건강한 치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상처 깊지만 삶의 힘 되길=이렇게 내부적인 진통을 겪고 무대에 올려진 KYCC 가을문화축제는 힐링(Healing)의 의미가 컸다. 과거의 힘든 일을 이겨내고 그것이 삶의 힘이 되길 기원하는 염원도 컸다. 관객들은 주최측에서 나눠준 색지에 소망을 적어 나무에 매다는 고사를 했다. 뿌리가 꽃잎이 되고, 꽃잎이 뿌리가 되도록.
고미숙씨가 살풀이(살을 풀기 위한 몸부림)로 첫무대를 열었다. ‘벗이여 슬퍼마라 내 항상 그대 곁에 있으리 아픔 모두 잊고 밝은 새날 있으리’의 ‘이별이야’를 고미숙씨가 불렀고 석승혜, 강수미, 김태희, 장민혜, 이도희씨와 함께 ‘꽃분네야’ ‘몽금포타령’ ‘뱃놀이’를 불렀다.
둘째마당에서는 자매소리와 청문연이 북과 장구로 역동적인 에너지를 선보였고, UC버클리 풍물패 이고, 자매소리, 청문연이 함께 한 판굿은 설장구, 상모 돌리기로 공동체의 바람을 담아 신명나게 펼쳐졌다. 이어 관객들이 모든 출연자와 어우러지는 대동놀이로 몸과 몸이 솟구치면서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면서 우리가락에 우리 장단에 흥을 이어갔다. 강강수월래로 큰 원을 돌고 돌며 인종도 잊고 언어도 잊고 괴로움도 잊고 그리움도 잊고 하나가 되었다.
이를 지켜본 캘빈 바라자스는 좋은 에너지가 발산되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었다며 감격해했고 조모 다우드(18세)는 이 리듬을 힘합에 넣으면 좋은 음악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엽 UC버클리(컴퓨터공학 3년) 학생은 한국사람과 타민족이 함께 즐기는 모습을 보니 우리문화가 자랑스럽고 감동적이라고 뿌듯해 했다.
김선(헬렌) KYCC이사는 올해 19주년이 되는 청문연은 1987년 창단했으며 우리가 하고 싶은 말과 평화 소망, 이민생활의 정체성, 양성평등을 소리, 춤, 풍물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며 자원봉사자들의 아낌없는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신영주 기자>
관객들과 모든 출연자들이 어우러져 강강수월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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