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알아가는 하나의 징검다리”
여기서 태어난 아이들이 한국어로 뮤지컬을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도전이다. 익숙치 않은 언어와의 씨름, 생소한 한국적인 정서의 이해, 낯설기만 한 한국무용에 대한 반복 연습….그래서 이 모든 것을 딛고 17일 2세(코리안 아메리칸 유스 뮤지컬 그룹)이 공연한 뮤지컬 ‘심청전(Queen Shim Chung)’은 더욱 값지다. 완성도면에서는 완벽하다 할 순 없지만 우리것을 배우고 익힌 2세들의 심청전은 스스로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완벽한 발음으로 심청의 착한 효심과 왕후의 당당함을 잘 표현한 심청역의 이수지(Convent of the Sacred Heart 9)양은 슬픈 장면마다 눈물연기로 극적인 줄거리를 잘 이어갔고, 심봉사역의 이 존(Menlo School 9)군은 팔려가는 딸을 떠나보내는 눈먼 아버지의 비탄을 잘 소화해냈다. 그러나 뺑덕어멈역의 김지현(Kittredge School 8)양이 없었다면 밋밋하고 무거웠을 것이다. 심봉사의 재물만 탐내는 변덕스런 사람으로 뺑덕어멈이 그려지긴 했으나 익살과 재치의 연기로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내고 극의 탄력을 불어넣었다. 또한 한국어 발음도 가장 완벽했다.
심청 역의 이수지양은 한인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이석찬씨의 딸이다. 이석찬씨는 “매주 토요일 2시간씩 1년간 연습해온 딸이 기특하고 공연이 잘 끝나 기쁘다”고 말했다.
인당수에 빠지는 장면, 심청을 구하는 용궁, 왕후 심청이 개최하는 장님잔치 등의 무대미술도 화려했고 역동적인 우리가락의 힘을 보여준 삼고무, 용궁의 공주들이 펼치는 전통춤도 큰 환호를 받았다.
심청전의 안무를 맡은 정혜란 무용가는 “뮤지컬 연습과정에서 서로의 마음이 순화되고 상대를 이해하게 된 아이들의 이번 심청전 공연에 가슴벅참과 고마움을 청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이번 공연을 통해 자라나는 아이들이 한국적인 정서를 느끼고 스스로를 알아가는 계기,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하나의 징검다리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신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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