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에 보면 송나라의 한 어리석은 농부 이야기가 나온다. 하루는 이 농부가 밭을 갈고 있는데 갑자기 토끼 한 마리가 뛰어 나오다 밭 한가운데 있는 그루터기에 부딪혀 목이 부러져 죽었다. 생각지도 않게 횡재를 한 농부는 농사일보다 토끼를 잡는 것이 더 수지 맞겠다고 생각하고 농사일은 내팽개친 채 하루종일 밭고랑에 나가 앉아 토끼가 걸리기만 기다렸다. 그러나 쟁기를 풀어놓고 아무리 기다려도 토끼는 오지 않았다. 그 사이에 밭의 잡초만 무성하게 자랐고 농사일은 엉망이 돼 버렸다. 농부가 다른 사람들의 비웃음을 산 것은 물론이다.
도박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것은 ‘그루터기를 지켜 토끼를 기다린다’는 뜻의 고사성어 ‘수주대토’(守株待兎)이다. 도박판에는 행운의 여신이 앉을 자리가 없는데도 많은 사람들은 도박판에서 돈을 땄던 몇 번의 기억에 집착해 반복적으로 도박에 손을 댄다. 그러면서 서서히 나락의 구덩이에 빠져든다.
도박중독이 최근 대단히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 중심에는 물론 인터넷 도박이 자리하고 있다. 한인사회도 예외는 아니어서 인터넷 도박에 빠져 어려움을 겪는 한인들의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명문대에 다니는 아들이 인터넷 포커에 지나치게 빠지자 혹여 오프라인 도박장까지 찾는 것이 아닌가 우려해 아들 차에 위치추적장치까지 설치한 한 한인 아버지의 사연은 인터넷 시대가 만들어낸 우울한 모습의 하나이다.
열심히 농사 지으면서 간혹 토끼가 걸렸나 살펴보는 정도라면 캐주얼한 도박이겠지만 자주 돌아다 보기 시작하면 멈추기가 힘들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중독으로 빠져들게 된다. 생각처럼 통제가 잘 되지 않는 것이 중독성 행위들이다. 도박을 하면서 느끼는 쾌감과 스릴 또한 다른 중독들처럼 뇌의 화학작용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이성이 제대로 힘을 못 쓰고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다.
과거에는 도박을 위해 최소한 일정장소까지 가야했지만 이제는 그런 수고조차 필요없다. 그냥 클릭 한번이면 된다. 그래서 불과 몇 개월이면 바로 중독에 빠진다. 초고속을 외쳐대는 시대에는 중독도 초고속이다.
시간이 있을 때 TV를 켜고 여기저기 채널을 돌려보라. 온갖 군데서 포커 중계를 내보내고 있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스포츠 채널 중심이던 포커 중계가 이제는 채널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몇 년 전 영국의 한 청년이 카메라로 포커 게임자의 카드를 보여 주는 기술을 개발한 이후 TV중계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포커게임은 버젓이 주류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포커대회 우승자들은 부와 명예를 거머쥔 채 새로운 영웅으로 떠오른다. 고작 비디오 게임이나 즐기던 아이들이 이제는 포커에 푹 빠져 있다 가히 ‘도박 권하는 사회’라 할 만하다.
새로운 시대가 만들어 내고 있는 새로운 중독. 그러나 그 결말은 전혀 새롭지 않다. 거기 또한 파멸과 패가망신이 있을 뿐이다.
소설 ‘대부’로 우리와 친숙한 작가 마리오 푸조는 유명한 도박꾼이다. 너무 도박을 좋아한 나머지 대부 집필까지 막대한 지장을 받았을 정도이다. 도박에 관한 한 달인의 경지에 올랐던 푸조는 그의 책 ‘라스베가스에서’말미에 이런 결론을 내리고 있다. “모든 문명사회의 도박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도박이 곧 사기라는 점이다.”
하루에 수억달러씩 걸리고 있는 인터넷 도박 판돈에 당신의 소 판 돈, 쟁기 판 돈을 보태고 있는 것은 아닌가. 토끼 몇마리 잡자고 땀 흘려 일궈 온 농사일 전체를 망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 만약 끊임없는 도박의 충동이 당신 영혼의 문을 두드려 댄다면 지체 말고 단호히 이런 경고문을 문밖에 내걸어라. “도박은 사기다.”
yoonscho@koreatimes.com
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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