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은 끝이 없었다
무대위에 아프리카 동물의 왕국 ‘뚝딱’
기발한 동물 분장·가면·의상 재미 두배
뮤지컬 ‘라이언 킹’은 안 보면 두고두고 후회할 작품이다.
지난 17일 개막공연을 직접 보고나서야 왜 이 작품이 브로드웨이에서 각종 상을 휩쓸며 10년째 공연 중이며 현재 세계 6개 도시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디즈니 만화영화(94년)를 뮤지컬로 만든 ‘라이언 킹’은 스토리야 다 아는 이야기. 재미있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분장의 상상력, 기발한 무대 꾸밈이다.
아다시피 ‘라이언 킹’은 인간이 한명도 등장하지 않는 작품이다. 출연진 전체가 각양각색의 동물들이다. 그런데 실제 동물은 단 한 마리도 등장하지 않고 인간들만 무대에 올라서도 얼마나 재미있는 아프리카 동물의 왕국 이야기를 펼쳐갈 수 있는지, 인간의 상상력이 얼마나 놀랍고 위대하고 아름다운지, 뮤지컬을 보는 내내 감탄하고 또 감탄하였다.
사자는 물론 원숭이, 하이에나, 기린, 사슴, 얼룩말, 코끼리, 수많은 새들… 총 25종의 동물로 분장한 배우들이 무대 위를 넘나드는데 그 가면과 의상이 대단히 창의적이고 재미있다.
또한 극장 공간을 적절하게 이용, 크지 않은 무대와 객석 전체가 순식간에 아프리카 초원으로 변해버리기도 하고, 새들이 연 날리듯 등장하는 순간에는 그 단순하면서도 기발한 아이디어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게 된다. 심지어 풀과 꽃과 나무, 벌레들의 배역까지도 그 디테일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른다.
여러 인상적인 장면들 중 압권은 1막 후반 들소 떼가 돌진해오는 장면. 여러 겹으로 원근감을 표현함으로써 박진감 있게 처리한 방식이 무릎을 칠 정도로 독창적이다.
이 모든 것은 디렉터 줄리 테이머가 만들어낸 것으로 그녀는 이 뮤지컬로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토니상 뮤지컬 부문 베스트 디렉터 상을 수상했다.
엘튼 존과 팀 라이스의 신나는 음악도 훌륭한 것은 불문가지. 주술사 원숭이 라피키(구그와나 들라미니)와 어린 심바(캐머론 볼), 3마리의 하이에나들(루디 로벌슨, 다니엘 리 그레이브스, 로비 스위프트), 티몬(대미안 발뎃)의 노래와 연기가 아주 좋은데 반해 주인공 심바(월리스 스미스)와 악역 스카(케빈 그레이)의 그것은 기대에 못 미치는 점이 아쉽다.
처음 프로그램을 봤을 때 배우들의 대다수가 흑인인 점이 이상했는데 뮤지컬을 보면 그럴 수밖에 없음을 곧 알게된다. 작품 배경이 아프리카 정글인만큼 아프리카 문화를 깔고 만든 작품이라 의상과 분장, 음악과 리듬이 흑인들에게 썩 잘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내년 초까지 8주 동안만 공연한다. 티켓 가격은 15~87달러. 절대 돈이 안 아까운 공연이다. 아름답고 웅장한 팬터지 디어터의 내부를 구경하는 것만도 큰 보너스. 꼭 보세요.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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