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숙 헌법재판소장 내정자의 지명을 철회한 다음 날 노 대통령은 또다시 자신의 하야 가능성을 공식 석상에서 발표했다.
마치 연례행사인 듯 남발되는 대통령의 하야 협박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난감하다. 어쩌다가 우리 국민들은 이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았나 한숨을 쉬다가도, 하기는 미국에서는 부시 대통령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뽑았으니 하는 데에 생각이 미치자 답답하기만 하다.
지금이 어떠한 때인가? 당장 엎어지면 코가 닿을 북한에서는 핵실험을 강행했고 이를 방지하는 데에 실패한 미국은 북한을 공식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기 전에 어떠한 수를 써서라도 핵무기의 자발적인 포기를 유도하려는, 거의 불가능할 것 같은 협상을 필사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이미 북한의 핵실험이 공식적으로 인정된 이 마당에 논리적으로 보아 북한의 핵보유 여부는 미국이 그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느냐 않느냐의 여부에 달린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우스운 입장을 수차에 걸쳐 강조하였다. 물론 평양에서는 시내 곳곳에 “핵보유국이 된 조국의 영광” 운운하는 깃발들이 휘날리고 있다.
북한의 핵보유가 기정사실로서 굳어지면 줄줄이 핵무장을 시작할 나라들이 줄을 서 있고 그들을 막을 길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당장 한국부터라도 북한의 핵 위협 아래에 있어야 할지 아니면 대등한 억지력을 보유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할 판이다. 일본도 이를 심각하게 고려할 것이고 대만 또한 중국의 통일 기도에 대한 억지력을 보유할 권리를 강력히 주장하고 나설 것이다. 중동에서는 이스라엘의 군사력과 과학기술에 열등감을 느껴온 이란을 비롯한 회교 제국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러한 골치 아픈 상황을 풀어나가는 데에 주역을 맡아야 할 미국은 부시 정권의 무능함과 부패, 이라크에서 남의 나라를 망가뜨리고 있는 무책임성 등으로 인해 국제무대에서의 도덕적인 위상이나 영향력에 있어서 바닥을 헤매고 있다. 더 이상 내놓을 카드가 없이 궁지에 물린 고집쟁이 부시 대통령이 무력을 사용하지 않으리라고 단언할 수 없는 형편이다. 거기에 더하여 북한 제제를 요구하는 유엔 결의안을 근거로 한국 연해에서 북한 선박에 대한 미국 또는 일본 군함의 수색의 가능성이 분명히 있는데다가 그러한 물리적 접촉 상황 아래에서 인명의 손상이 있을 수도 있고 무력 대결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아슬아슬한 때에 모든 지혜와 수단을 샅샅이 동원하여 나라의 처신을 인도해 나아가야 할 대통령이 또다시 못해 먹겠다는 식의 발언을 하고 있으니 참 철없는 아이를 보는 것 같다.
전효숙 내정자 지명 철회를 노 대통령은 “굴복”이라고 표현했다. “굴복”이란 꿇어 엎드려 복종하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그것이 그가 자기 자신을 보는 눈이다. 국가의 원수인 그가 자기를 뽑아준 국민 이외의 누구에게 “굴복”을 했다면 그는 이미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을 잃은 사람이다. 그는 민주주의 국가의 최고 지도자로서 협상과 타협을 통한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중학생 싸움패 간에 쌈질을 하다가 한쪽이 지거나 이기면 “야, 꿇어!” 하고 반대편 녀석들의 무릎을 꿀리는 수준의 싸움을 하고 있는 듯하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하루 빨리 대선을 치르고 다음 번 지도자에게 희망을 거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된다.
김철회
법정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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