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대학 후배의 가족들과 맘모스 레이크에 스키여행을 갔을 때다. 한국의 모 재벌회사 지사에 나와 있던 후배가 가지고 있는 여행의 개념은 내가 생각하는 “즐기는” 여행과는 아주 다르다는 것을 나는 스키장에 도착하자마자 뚜렷이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후배는 열려 있는 스키 슬로프를 그냥 두는 것은 스키어들의 스키장에 대한 엄청난 실례로 보는 것이 틀림없었다. 도착하고 스키 라지에 짐도 풀기 전에, 아니 숨도 돌리기 전에 후배는 슬로프로 나갔고 거기에 있던 며칠 동안 리프트 티켓을 아마 스키장 손님 중 가장 활용한 이용객이었을 것이다. 탈 수 있는 시간에 스키를 안타는 것은 그에겐 너무나 시간과 투자한 돈의 낭비였다. 그는 아깝게 그 몇 년 후 심장마비로 저세상에 갔다.
필자는 여행을 참 많이 한다. 부러워하실 필요가 없는데, 이 여행 거의 전부가 일 때문에 다니는 재미없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여행”하면 벌써 필자는 비행기 캐빈 내의 카펫 냄새가 코에 거의 맡아질 정도로 신물이 나있는 상태라, 옆에 있는 이들에겐 좋은 현상이 아니다. 여행 계획이 정말 멋진 것이 아니면 거의 항상 고개를 흔들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가 천성이 별로 “구경”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여행과 휴가는 “즐기는” 쪽으로 하는 편이다. 아름답고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에서 친절한 서비스를 받아가며 하는 휴가(사포로의 온천휴가 같은 것)는 참으로 바람직하다. 지친 심신이 다시 생생해지고 거기에다 읽고 싶던 책도 휴가 중에 볼 수 있고 하니 제대로 즐기는 좋은 휴가가 된다.
또 여행만이 아니라 골프를 치는 날에도 이 “즐기는” 성향은 계속되어서, 골프를 시작하기 몇십 분 전에는 골프장에 도착해서 같이 나갈 분들과 커피도 한잔 하고, 덕담도 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골프를 훨씬 즐길 수 있게 만든다. 골프시간에 허덕허덕 겨우 시간을 맞추어 도착해서는 골프가 즐겨지기 힘들다. 놀러 나온 것이 아니라 꼭 무슨 노동 같아지기 때문이다.
오늘 제목에 가까이 가는데 너무 서론이 길었지만, 금강산 관광은 한국 내에 사시는 분들이나 미주동포 여러분들이 많이 하신다고 알고 있다.
금강산.
이 세 글자는 우리 한민족에겐 감동 그 자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가슴을 뛰게 만든다. 너무나 아름다운 곳. 어려서부터 죽기 전에 한번은 꼭 보고 죽어야 할 것 같은 곳으로 우리는 오랜 세월 듣고, 읽어왔다.
그런데 필자는 금강산 관광을 갈 수가 없는 것이다. 끼니를 못 잇는 굶주리는 북한 주민들 옆에서 편하게 관광을 하는 것이 너무 뻔뻔스러워 보여서 못한다거나, 금강산 관광 때 내는 돈이 핵개발과 독재정권의 유지비로 들어가니까 금강산 관광을 하면 안 된다던가 하는, 사려 깊은 분들의 충정어린 충고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개인의 여행에 대한 취향이 금강산 관광을 못하게 하는 것이다. 북한 입국 때부터 여행 도중 곳곳에서 감시의 눈을 받아가면서는 도저히 아무리 아름다운 금강산이라도 즐겨지지가 않을 것 같은 것이다.
그래도 죽기 전에 금강산은 꼭 한번 보고 싶은 마음이니까, 감시의 눈이 사라진 다음에 우리의 아름다운 금강산을 보게 될 기회가 오기를 빌고 있다. 아무런 착잡한 마음과 송구스런 기분 없이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그 아름답다는 절경들을 보고 “즐기고” 싶은 것이다. 또 어쩐지 그 날이 그렇게 멀리 있지도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 필자를 편안하게 기다리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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