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들을 만나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바로 LA한국문화원 얘기다. 문화인들은 문화원에 대해 한결같이 아쉬움을 갖고 있다. 한마디로 “문화원이 누구 때문에 존재하는데, 우리를 너무 홀대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얼마 전 한 문화인사의 초청을 받아 예술인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 했는데 이곳에서도 문화원에 대한 ‘섭섭함’은 빠지지 않았다.
문인 협회의 한 작가는 “문화원이 한국에서 온 문화 인사들은 VIP 대접을 하면서 현지 문화인들은 행사에 초청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분을 토했다. 그는 “서울에서 온 작가들의 작품 낭독회에 로컬 문인들은 얼마 없더라”는 기자의 말에 “자리를 채우기 위해 들러리로 부르는데 누가 거기에 가겠는가. 대접받고 싶어 그러는 게 아니다. 괄세나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리에 동석한 한 여류 화가의 불만도 심상치 않았다. “문화원 전시실은 기본적인 전시 공간의 조건도 갖추지 못했다. 한가운데 엘리베이터가 지나가는 전시실이 어디 있느냐. 리모델링할 당시 문화인들을 모아놓고 공청회를 열었지만, 당시 원장과 친분 관계에 있던 한 무용계 인사의 의견을 제외하고는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또 “얼마 전부터 문화원이 대관료를 받기 시작했는데 편의주의적 발상에 불과하다. 가난한 작가들은 전시를 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열변을 토했다. 하지만 문화원 역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화원이 LA에 있는 목적은 한국문화를 미국인들에게 소개하자는 것이지, 한인들에게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 실제로 문화원에서 열리는 문화 행사에 가보면 관람객들의 대부분이 한인이다. 외국인이라고 해봐야 늘 보던 몇몇 ‘친한파’미국인에 불과하다. 한국 홍보라는 문화원 본연의 임무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 의심되지 않을 수 없다.
문화원은 대책 마련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1박2일 일정으로 웍샵을 다녀오며 활성화 방안을 모색했고 직원들도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문화원은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LA 문화계 인사들은 여전히 “미 주류사회에서 한국 문화를 알리는 게 바로 우리다. 한국 정부 보다는 이곳에 발붙이고 사는 우리가 바로 문화 홍보대사”라는 논리로 문화원 주장을 일축한다.
문화원은 누가 뭐래도 LA한인들의 자랑거리이자 미국인들에게 한국 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장소다. 이제 곧 취임 1년을 맞는 김종율 원장과 이하 직원들에게, 로컬 문화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한국 홍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지혜를 기대해본다.
<정대용> 특집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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