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웨이에서의 한순간 잘못된 선택이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나를 보여준 작품의 하나로 ‘허영의 모닥불‘(Bonfires of Vanities)을 들 수 있다. 탐욕과 허영, 야심이 범벅이 된 80년대 월가를 가장 정확히 묘사한 것으로 꼽히는 이 소설의 주인공은 월가를 주름잡던 증권 브로커다. 수천만 달러짜리 거래를 척척 해치우며 떼돈을 벌던 그는 뉴욕 프리웨이에서 출구를 놓치는 바람에 우범지대에 들어와 흑인을 치는 엉뚱한 사고를 내게 된다.
처음에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였던 이 사건은 흑백 인종 갈등과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목사와 정치인, 특종을 노리는 신문 기자가 뒤얽혀 점점 부풀려지고 나중에 뉴욕 최대 뉴스로 떠오른다. 그 결과 한 때 ‘우주의 지배자’(Master of the Universe)란 별명을 가졌던 주인공은 가진 것을 모두 잃고 감옥까지 간다.
지난 달 말 오리건의 산 속에서 해변으로 내려오려다 출구를 놓치고 길을 잘못 들어 고립되자 도움을 청하러 가족을 남겨두고 떠났던 제임스 김씨가 6일 결국 시체로 발견됐다. 시신 인근에 그가 벗어놓은 옷가지들이 널려 있는 것으로 미뤄봐 전문가들은 그가 어떤 신호를 보내려 했거나 아니면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정신 착란 증세를 일으키고 덥다는 환상 속에 옷을 벗은 것으로 보고 있다. 수색 팀은 시신 발견전 김씨와 교신에 성공했으며 김씨 주위에 비상 구급 장비를 투하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져 조금만 일찍 발견했더라면 목숨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천만다행인 것은 함께 실종됐던 김씨의 아내 케이티와 두 딸들이 무사히 구조된 것이다. 이들 구조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셀 폰이었다. 김씨가 셀 폰으로 보낸 텍스트 메시지 기록이 이 지역을 커버하고 있던 에지 와이어리스에 잡혔고 이를 수신한 셀 폰 타워 위치를 추적해 김씨 가족이 있는 곳을 알아낸 것이다.
산악 지역을 지날 때 수시로 셀 폰을 걸어 메시지를 남겨 놓으면 나중에 수색 작업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특히 최근 나온 GPS 시스템이 들어 있는 셀 폰은 사용자 위치를 정확히 알려주기 때문에 산악 지역을 자주 여행하는 사람은 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상시에 대비해 카 차저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고 만약 이것이 없을 때는 배터리를 폰에서 빼어 뒀다 필요할 때만 끼워 사용하면 충전을 하지 않더라도 오랫동안 전력을 보전할 수 있다.
셀 폰이 세계에서 가장 발달돼 있는 나라의 하나인 한국에서는 설악산이나 지리산 한 가운데서도 통화가 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조난을 당했더라도 셀 폰으로 도움을 요청해 구조 받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지나친 사용으로 ‘공해’ 소리도 종종 듣지만 셀 폰은 결정적인 순간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이번 사건은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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