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은 ‘인간이 발명한 가장 어려운 게임’으로 불린다. 지금까지 수백 억 판이 두어졌음에도 한 번도 같은 판이 없다고 한다. 그만큼 경우의 수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바둑은 과거에는 한가로운 소일거리로 치부돼 왔다. 공자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을 바에야 바둑이라도 두는 것이 낫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러나 요즘 한국에서는 바둑이 어린이 두뇌 개발에 도움을 준다고 해 어렸을 때부터 바둑 학원에 보내는 집이 꽤 많다. 아닌 게 아니라 바둑을 둬 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바둑에 이기기 위해서는 보통 고난도의 두뇌 활동이 요구되는 게 아니다.
우선 수많은 정석을 일일이 기억해야 하고 온갖 경우의 수에 대비한 수읽기의 힘이 필요하다. 반집을 다투는 끝내기에 들어가면 컴퓨터를 능가하는 계산력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다집중력, 승부사적 기질, 감각 등이 모두 갖춰져야 진정한 강자라 할 수 있다. 바둑 한 판을 열심히 두고 나면 엄청난 두뇌 훈련이 되는 것은 틀림없다.
미 의학 저널 최신호에 체스 등 두뇌를 쓰는 활동을 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정신 노화 현상이 훨씬 덜 하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두뇌 훈련과 노화에 관한 연구로는 처음으로 연방 정부 지원을 받아 작성된 이 보고서는 짧은 기간만 두뇌 훈련을 받아도 그 효과는 오래 동안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져 두뇌 운동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 주고 있다. 두뇌 훈련이 치매 등 뇌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보고서는 이미 나온 바 있다.
연구팀은 미국인 2,800명을 네 그룹으로 나눠 첫째는 아무 훈련도 하지 않고 둘째는 추리, 셋째는 암기, 넷째는 두뇌 회전 속도 증진 훈련을 10회씩 실시했다. 교육 후 5년 뒤 이들을 다시 테스트 한 결과 추리 훈련을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40%, 암기 75%, 속도 증진 300%나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두뇌 훈련이 정신력의 노화 자체를 막아주는 것은 아니며 그 속도를 느리게 할뿐이지만 연령에 관계없이 효과가 있으며 일상생활에 대한 자신감도 심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일례로 두뇌 회전이 빨라지면 운전할 때 신호판 같은 것을 빨리 판독할 수 있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신체적 반사 속도가 떨어지는 것을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게임을 통한 두뇌 훈련의 경우 매일 똑같은 것을 되풀이해서는 별 소용이 없고 조금씩 난이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공자님 말씀에도 불구하고 바둑이나 체스 같이 난이도가 무한대인 게임이 정신의 노화를 막는데 이상적인 셈이다.
미국인들은 지금까지 건강한 몸을 갖기 위한 신체 트레이닝에는 매년 수십 억 달러씩 쓰면서 그보다 더 중요한 정신의 노화를 막는 것은 등한시 해 왔다. 새해부터는 두뇌 훈련에 도움이 되는 게임을 하나쯤 새로 배워 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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