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에 대한 평가는 세월이 지나면 달라지는 수가 많다. 재임 중에는 별 볼 일 없는 대통령
으로 평가받다 나중에 훌륭한 인물로 평가받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20세기 미국 대통령 중 현직에 있을 때는 조롱거리였다가 나중에 평가 절상된 대표적인 사례 로 해리 트루먼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을 들 수 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1944년 부통령 후보로 발탁, 당선된 후 불과 몇달 후 사망하는 바람에 엉겁결에 대통령이 된 트루먼은 집권 내내 대중적 인기도, 당내의 확고한 지지 기반도 없이 외롭게 백악관을 지켰다.
정계에 뛰어들기 전 잡화상을 하다 실패한 것 말고는 변변한 경력도 없고 아기 침대를 살 돈이 없어 옷장에 넣어 키울 정도로 가난했던 그는 늘 열등감에 시달렸다. 그를 부통령으로 택한 루 즈벨트 자신도 원자 폭탄 개발 계획을 일체 알려주지 않을 정도로 그를 무시했다.
그는 집권 후 일본에 원자 폭탄을 투하해 제2차 대전을 조기에 종결짓고 소위 ‘트루먼 독트린’을 통해 그리스 등 유럽에 공산주의가 확산되는 것을 막았다. 그러나 이런 업적은 재임 기간 중 별 인정을 받지 못했고 사실 상 국민들에게 신임을 묻는 선거였던 1948년 대선에서 유세기간 내내 여론 조사에서 뒤지는 바람에 일부 신문은 개표가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의 패배를 보도하는 역사적 오보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이제 역사학자들 사이에 가장 큰 업적을 이룬 20세기 대통령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레이건도 마찬가지다. 그는 많은 미국민들로 부터는 사랑을 받았지만 지식인들로부터는 ‘멍청 이’ ‘역사상 가장 무식한 대통령’ ‘저런 대통령 밑에서 산다는 게 부끄럽다’는 등 혹평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1989년 그의 절규대로 베를린 장벽과 함께 공산주의가 무너지자 그는 ‘위대한 미국을 가능케 한 위대한 대통령’으로 불리고 있다.
한 때 평가 절하됐다 주가가 오르고 있는 대통령 반열에 지난 26일 타계한 제럴드 포드도 넣어야 할 것 같다. 미 역사상 처음 대통령으로도, 부통령으로도 선출되지 않은 채 백악관을 차지한 포드는 닉슨을 사면하고 베트남 전 패전을 받아들이는 바람에 ‘사면으로 대통령직을 산 정치인’’미 역사상 처음 패전을 허용한 대통령’이란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용기 있는 사면 결단으로 극심한 국론 분열에 처해 있던 미국의 통합을 유도하 고 의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베트남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대통령으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또한 퇴임 후 가주 랜초 미라지에 알콜 및 약물 중독자 재활 센터를 마련하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갱생의 기회를 준 사실도 새롭게 인정받고 있다.
한국의 대통령들은 흔히 ‘역사가 나를 평가해 줄 것’이란 말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과연 후대에 평가 절상될 사람이 몇이나 될까.
포드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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