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가 온통 즐겁게 들뜨는 연말연시는 한편으론 그늘에서 우울증이 도져가는 때이기도 하다. 삶의 여건이 불우한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스산한 겨울날씨가 침울해진 기분을 한층 더 가라앉게 하기 때문이다.
LA카운티 정신건강국이 한인들의 우울증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울증의 예방과 치료 등 대처를 위한 한국어 안내책자 발행을 준비 중이며 새로 확보한 7천만달러 정신건강 치료 예산 중 일부를 한인위한 기금으로 따로 배정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카운티 당국이 이처럼 신경을 쓰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한인사회의 우울증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특히 지난 봄 잇달아 발생한 가족 살해 및 자살사건이 주류 사회에도 큰 충격을 주면서 이민사회의 정신건강이 중대한 이슈로 부각되어 왔다.
대부분의 자살과 가족 살해 사건 뒤에는 오랫동안 방치되어 온 우울증이 자리잡고 있다. 그 원인은 계속 쌓여온 생활고나 갑작스러운 경제 파탄, 불치병, 자녀 탈선, 실연등 외적 환경에서 올수도 있고 중년에 접어들며 체력 저하와 함께 급격히 엄습하는 무력감이나 정신적 탈진일 수도 있다. 한인들의 자살율은 LA전체 평균보다 3배나 높다. 한인 우울증 환자에 대한 통계는 없지만 20년 동안 한인사회에서 일해 온 한 정신과 전문의는 지난 20년 동안 10배이상 늘어난 것을 확실히 체감한다고 전한다. 커뮤니티 차원에서도 그 심각성을 인지해야 한다는 경고다.
의학적으로는 우울한 상태가 3주 이상 지속되면 우울증으로 진단한다. 그러나 정신치료에 대한 편견이 심한 한인들은 석 달을 버티고 3년을 참아낸다. “인생은 고해”라며 병을 키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울증은 심장병 보다 더 큰 경제적 신체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혈압과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면 심장병을 예방 할 수 있듯이 우울증도 조기발견과 적절한 치료로 우수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질병이다.
그러나 우울증은 환자 자신이 스스로 치료의 필요성을 깨닫는 경우가 드물다. 누군가 우울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그들의 손을 잡아 끌어주어야 한다. 교회나 단체 등 봉사기관일 수도 있고 친구나 친지, 이웃일 수도 있다. 밝게 술렁이는 명절 분위기에서 소외된 채 어두운 그늘에 갇혀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는 이들 ‘환자 아닌 환자’를 찾아내 의지가 될 수 있는 손을 내밀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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