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경(주부)
그 집 애들도 유튜브 하나요?
모임에서 만난 사람이 물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엄마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틈만 나면 컴퓨터 앞에 붙어 앉아 그야말로 시간을 죽이고 있는 아이들을 보는 일이란 웬만한 인내심으로는 타협이 안 된다. 그 시간에 책 한 권을 더 읽으면, 수학 문제 하나 더 풀면, 차라리 잠이라도 자라 등등 원색적 구호들로 아이들을 핍박해도 잔소리 횟수만큼 아이들 자판 두드리는 속도는 빨라져 간다.
더러는 킥킥거리고 더러는 탄성을 지르며 몇 분짜리 동영상을 1시간씩 보고 있는 아이의 어깨 너머로 가끔 훔쳐 보기도 하는 그 속의 세상은 참 요지경 속이다. 예전에는 해외 토픽에나 나올 법한 진기 명기들부터 한국 코미디 프로의 한 장면까지 매 순간 빽빽이 올라오는 영상 파일들에 담겨있는 가지 각색의 메시지는 과연 새로운 디지털 민주주의의 기초와 틀을 세웠다는 말이 틀리지 않음을 눈치채게 한다.
요즘의 청소년들을 가리켜 마이 스페이스 세대라고 한다. 친구, 쇼핑, 공부, 취미까지 그 가상 공간에서 모두 해결하고 있는 셈이다. 부치지 못할 연애 편지를 써서 가슴에 품고 다니던 시절은 이제 고전적 낭만주의로 물 건너 갔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마이 스페이스를 사용하는 사람이 1억3천만 명이고 유튜브의 하루 평균 페이지뷰가 1억 건이라고 하니 인구 대비하여 이렇게 저렇게 따져 보면 나는 이미 셀룰라폰의 그 다양한 기능에서 걸고 받고 밖에 못하는 사진첩에 남아 있어야 할 구세대에 지나지 않는다.
타임지는 올해의 인물로 ‘You’를 선정했다고 한다. 우리가 아니라 ‘당신’이 정보화 시대를 변화시키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올해의 인물로 당신을 선정했다고 하는데 전 세계 언론의 통제권을 누르고 새로운 디지털 민주주의의 기초와 틀을 세운 것은 물론 자신들의 놀이에 관한 부분에서만은 전문가들을 압도하면서 아무런 대가 없이 일한 ‘당신’이야말로 ‘올해의 인물’이며 단순히 세상을 바꾸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세상이 변화하는 방식마저도 바꿔놓을 것이라 내다 보았다고 한다.
세상이 변화하는 방식을 바꿔 놓은 경험을 나는 2002년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될 때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완고하기 이를 데 없는 사회에서 지연이나 학연 같은 막강한 배경 없이 원칙과 상식이라는 뚝심 하나로 일관해온 노 후보를 네티즌들의 뜨거운 열정으로 대통령으로 당선 시키는 일을 목격했는데 지금은 보수 기득권 세력과 종이 언론의 반격에 몰매 맞고 따돌림 당하여 만신창이가 되어 있는 듯 보인다.
1사람이 4천명의 사이버 친구들과 매일 대화하는 세상이다. 이제는 모든 정보를 일부 지식인이 소유하던 시대가 아니라 그것을 공유하고 또한 전파하는 세상이니 비겁한 사람은 비겁하게, 정직한 사람은 정직하게 기록이 남을 것이다. 누려왔던 특권을 품으려 세상을 속여 보지만 공인들은 자신들의 언행에 신속히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는 세상이 온 것이다. 진보라는 개념을 소수가 가진 권력이나 특혜를 나누어 갖는 것이라고 한다면 인터넷의 발달로 인한 정보의 공유는 모든 이가 함께 어우러져 잘 살아 가자는 역사의 진보라는 과업의 선두에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방학이라고 컴퓨터를 점령하고 부모들을 애태우는 아이들에게 군밤만 먹일 것이 아니라 내 아이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축하해야 할 일이다. 이런 가상 공간을 만들어 가는 바로 내 옆의 아이들과 오늘도 종이 신문을 뒤적이며 옛날의 잉크 냄새를 추억하는 세대와의 시시콜콜한 충돌은 한동안 되풀이 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는 것만큼 정직한 일이 있을까? 묵은 해가 가고 새해는 어김없이 온다. 이기적이고 안일한 세상에 탐닉하여 귀 닫고 눈 멀어 완고한 관념에 인생을 붙잡아 두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미 빛 바랜 아날로그 사진첩의 한 장 사진으로 새 세상을 열어가는 아이들의 발목을 붙잡을 수는 없는 일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