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에서 외환은행 헐값 매입사건으로 시끄러운 론스타는 우리 미주 동포들에겐 가주외환은행을 한미은행에 매각한 일로해서 잘 알려진 회사이다. 한국에서는 그게 정당한 여론이든 아니든 악명이 높아졌지만, 론스타처럼 상장하지 않고 개별투자 중심인 사모펀드들은 돈을 많이 버는 것으로 미국에서는 요즘 유명하다.
구체적으로 사모펀드들이 얼마나 돈을 많이 벌었는지 보자. 지난 한해 동안 미국 전체 상장기업들의 일반적인 투자 수익률이 7퍼센트도 안되는데 사모펀드에 투자한 사람들은 22퍼센트도 더 벌었다. 그래서 이들을 비판하는 이들은 미국에도 많은데, 상장기업에 투자한 이들이 할 수 없는 큰 M&A를 밀실에서 경영진들과 해나가면서, 또 비슷한 내용의 엄청난 수수료로 사모펀드들이 돈을 번다고 욕들을 먹는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두운 뒷거래로만 돈을 번다고 욕을 할 수도 없을 정도로 이들 사모펀드들은 경영전략과 경영기술에서 상장기업들을 압도한다. 사모펀드들은 기업을 보는 눈부터 다르다.
회사를 포트폴리오 중심으로 매입한 다음 회사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회사를 키워서 주로 5년 안에 팔아버린다. 물론 1년 안에 파는 것도 있고 10년 넘게 지나도록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으나 회사 매입의 기본 목적이 이윤을 남기고 파는 것이다. 소유한 다음 장기적으로 경영해서 투자 수익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다. 영화 ‘Pretty Woman’에서 리차드 기어가 줄리아 로버츠를 만나기 전에 하던 일들이 사모펀드에서 하는 일 들이다.
이런 목표를 가지고 있는 조직에서는 경영자의 마음가짐부터가 상장기업의 경우와 확연히 달라진다. 장기적으로 경영할 필요가 없으니 우선 상장기업에서 보이는 것처럼 조직의 혁신적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변화를 통해서만 바라는 경영성과가 나니까 차라리 변화를 관리한다고 하는 게 적합한 표현이 된다. 그러니 모두가 정신 바짝 차리고 몇 년 동안 뭘 좀 해보는 것이다.
사실 상장회사에서는 최고 경영자들이 큰 변화 없이도 그 자리에 머물 수 있고 또 잘하던 못하던 보수도 상당한 정도 보장이 되어 있다. 철밥통처럼 되어버린 자리들도 상당히 많다. 이것이 사모펀드에서는 확연히 달라진다. 자기 하기에 따라서 보상이 엄청나게 다르고, 또 처음부터 자기 자본도 상당히 투자하도록 되어 있으니 정신 바짝 차리고 하도록 사정이 다른 것이다.
그리고 경영진을 쓰는 기본 방법부터가 상장기업과 다르다. 스타 경영인을 꼭 불러 쓰는 것도 아니다. 어떤 경우는 경영자가 마음에 드는 회사를 찾아서 매입하는 경우도 있고(덩킨 도넛의 경우), 또 정말 마음에 드는 스타 경영자를 쓰고 싶으면 상장회사에서 여론에 신경 쓰느라 주지 못한 엄청난 보상을 약속할 수도 있다(GE에 있던 데이비드 캘훈의 경우). 그리고 모든 계약 사실을 발표할 필요가 없으니 스타 경영자 쪽에서도 좋아한다.
투자자들과의 관계에 너무나 많은 신경을 써야 하고, 회계보고와 관계기관 규정 준수에 너무나 많은 시간과 경비를 쓰는 상장업체들의 고민을 피해가면서 실속 있는 성과로 수익을 챙기는 사모펀드들이 미국 부자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것은 당연하고, 우리가 아는 많은 정치인들도 정치를 그만 둔 다음엔 사모펀드로 돈벌이를 하고 있는 이들도 많다.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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