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특정 정치인 후원단체가 아닙니다. 한국의 국익을 위한 순수한 모임입니다. 아직까지는…”
한반도 대운하 추진 한민족 네트웍이 지난 7일 발기문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 단체가 만든 보도 자료의 첫머리는 본보의 건승을 기원하는 인사말이었고, 그 다음을 잇는 내용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대선 후보 경선에서 제1공약으로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를 발표했다는 내용이었다.
취재를 의뢰한 이 단체의 대표는 “우리가 아직 후보 경선도 거치지 않은 이명박씨를 지지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자신들의 단체가 한국 정치판과 무관함을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는 한국의 경제발전과 지역 불균형 해소의 열쇠가 될 프로젝트의 성공을 기원하는 순수한 목적의 단체”라는 점도 누차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누가 봐도 앞뒤가 맞지 않는 궤변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선 이들이 내세운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가 누구의 아이디어인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청계천 복구사업에 대한 서울 시민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내세운 사실상의 선거공약이란 사실은 누구나 아는 얘기다. 또 한인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난데없이 대운하 프로젝트를 들고 나온 것 역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차라리 솔직하게 이명박 후원조직이라고 발표하고 공개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편이 훨씬 나을 뻔했다.
한국에서 대선이나 총선이 실시될 때마다 깊은 관심을 표시하고, 또 일부 인사들은 직접 지원활동을 펼치는 것이 자연스럽게 비쳐지는 게 우리 한인사회의 변치 않는 솔직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단체를 만드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순수한 마음으로 나와 뜻을 같이하는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은 성숙한 정치문화를 만들기 위해 오히려 권장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한나라당 경선에서 탈락한다고 해도 이 단체가 계속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는지 우려스럽다.
단체가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 시비를 걸 이유는 없다. 다만 남들이 이 단체를 어떻게 보고, 평가할 것인지에 대해 한번쯤 신중하게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닌가 싶다.
설령 이 단체가 자신들의 주장처럼 정치색을 떠나 큰 뜻을 갖고 고국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 해도 한국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특정 후보의 제1공약을 지지한다는 단체의 발족이 유력 후보 줄대기란 정치적 행보로 여겨질 수 있음을 정말 몰랐을까.
<심민규> 사회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