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얼핏 보기에는 모든 게 느슨해 보인다. 세금보고도 각자가 알아서 자발적으로 신고하면 일단은 믿어 준다. 주택 융자도 적당히 서류를 꾸며 신청하면 돈이 나온다. 그러나 서류 조작의 빈도가 잦거나 규모가 커질 경우, 꼬투리가 잡힐 경우는 사정이 달라진다. 일단 한번 조사가 시작되면 장시간에 걸쳐 철저히 진행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십 년간 안 낸 세금을 벌금과 함께 토해 내야하며 징역까지 가야 하는 수가 있다.
코리아타운의 올드타이머로 LA 한인 사회에도 아는 사람이 많은 황규태씨가 작년 말 한국에서 잡혀 미국 압송을 기다리는 중이라 한다. 황씨는 한 때 미주 동아일보를 운영하던 한인 사회 지도급 인사 중 한 명이었다. 그러던 그가 16년 전 미 중소 기업청 돈 26만 달러를 횡령하고 재판을 받던 중 유죄를 시인한 후 형량 선고 직전 한국으로 도주한 것이다.
그가 정부 돈을 횡령하게 된 이유는 신문사가 경영난에 시달려 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런 사유는 아무런 변명이 되지 않는다. 당시 검찰과 협상을 통해 정당한 죄 값을 치렀더라면 가벼운 처벌로 끝날 수도 있었겠지만 이제는 도피와 사법 집행 방해까지 추가돼 가중 처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황씨가 70 가까운 고령임을 감안할 때 생의 말년을 감옥에서 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도 일부 한인들은 서류를 조작해 돈을 타내고 갚지 않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여차 하면 한국으로 달아나면 그만 이라는 사고 방식을 가진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는 과거 한미 간에 범인 인도협정이 없었을 때는 통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어림없는 얘기다. 얼마 전에도 LA에서 성범죄를 저지르고 한국으로 달아난 한인이 한국에서 체포돼 압송된 후 지금 미국에서 수백 년형을 살고 있다.
이번 사건은 황씨 개인의 비극일 뿐 아니라 한인 사회 전체에 대한 경종이다. 남의 돈, 특히 정부 돈을 떼어먹고 한국으로 달아나 살아 보겠다는 생각을 품는 한인이 더 이상 나와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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