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가 나 부분 소실된 집을 대대적으로 고치는 공사를 한인 건축업자에게 맡겼던 한 한인이 “지금 말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해 왔다. 당초 3개월이면 끝낼 수 있다고 큰소리쳤던 업자가 6개월이 지나도록 공사를 끝내지도 않으면서 이런저런 명목으로 추가 공사비를 받아 가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제시했던 액수보다 몇만달러 훌쩍 넘어 섰을 뿐 아니라 공사 기간에 가족이 인근 레지던스 인에서 생활하느라 지출한 돈도 만만치 않다.
최근 한인 건축업자에게 공사를 맡겼다가 물질적·정신적으로 큰 피해를 입는 한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인 무면허 건축업자를 고용했다가 업자가 도주하는 바람에 6만달러를 날린 한인(본보 25일자 3면)도 그중 하나이다. 업주의 도주로 임금을 받지 못한 멕시칸 인부들이 공사감독을 맡았던 다른 한인의 얼굴을 병으로 찔러 상해를 입히는 등 이 케이스는 많은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공사를 둘러싼 발주자와 업자간 분쟁은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2005~2006 회계연도 중 캘리포니아에서 관계당국의 판결과 중재를 통해 발주자가 업자로부터 돌려받은 공사비만 3,600만달러에 달한다.
공사를 둘러싼 피해를 예방하려면 몇 가지를 꼭 숙지해야 한다. 업자의 라이선스를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다. 업자들은 명함과 견적서, 계약서 등 모든 문건에 라이선스 넘버를 기재토록 의무화돼 있다. 그런데도 많은 한인들은 라이선스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공사를 덥석 맡기곤 한다. 또 3개 정도 업체에서 견적을 받아 본 후 비용을 비교해 보는 것이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계약서 작성’이다. 500달러 이상 되는 공사는 계약서를 주고받도록 돼 있는데도 한인들은 구두계약만으로 공사를 진행시키는 경우가 흔하다. 계약서에는 ▲구체적인 공사 내용과 사용 자재 및 모델 ▲공사기간 ▲공사비 지불 스케줄 ▲공사기간을 넘길 경우의 위약금 ▲업자 라이선스 넘버와 전화 번호, 거주지 주소 등 모든 내용을 집어넣는 것이 바람직하다. 계약서의 내용이 구체적일수록 업자에게는 이행을 위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고 분쟁이 생길 경우 근거자료로 더 큰 효용성을 가질 수 있다. 계약서는 한글로 작성해도 무방하다.
이것저것 따지고 확인하는 것을 심정적으로 불편해 하는 한국적 문화의 영향 때문인지 이런 기본사항들을 가볍게 여기다 피해를 입는 한인들이 의외로 많다. 편하게 믿고 맡긴 공사가 잘 마무리된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현실은 종종 이런 신뢰를 외면한다. 공사로 인한 피해를 막으려면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확실하게 손보는 ‘만사 불여 튼튼’의 지혜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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