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전 젊은 치과의사를 만난 적이 있다. 타운내 한 중독 재활센터에서였다. 30대 후반의 그는 ‘삶의 의미가 없다’며 자살을 시도했고 작전 실패로 그곳에 왔다고 했다.
그는 10대에는 부모가 원하는 대로 공부만 열심히 했다. 20대에는 부모가 원하는 대로 치과의사가 됐다. 30대에는 부모가 말 한대로 돈을 많이 벌었다. 100만달러 집에 살며 10만달러짜리 차를 몰았다. 그러나 만족이 없었다. 바라는 것도, 원하는 것도 없어 죽음을 택했다. 그 것 마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재활센터에서 비로소 작은 희망을 발견했다고 했다. “돈은 벌어서 뭐하나 생각했는데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쓴다면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고, 그들을 위해 일한다면 삶의 의미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하는 그의 얼굴엔 작은 미소가 스쳤다.
얼마 전엔 타운내 한 정비소에 들렀다. 다른 기자를 통해 이 곳의 젊은 사장이 어려운 형편의 유학생에게 전해달라며 무료 엔진오일 교환권 50여장을 주더라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적이 있어 그 내용에 대해 물었다. 어차피 엔진오일 교환으로 생긴 수익은 모두 연말에 결산해서 교회에 헌금으로 내기 때문에 매상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화 도중 우연히 자가용 한 대를 기부한 것과 연말에 소소한 후원금으로 지출이 많았던 사실도 알게 됐다. 이번엔 “한 달에 얼마나 버는지”, “그렇게 나눠줘도 괜찮은지” 물었다.
조금 생각하더니 “어머니 덕분”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머니는 늘 ‘잡으려면 멀어지는 것이 돈’이라고 가르쳤고 나눔을 통해 더욱 풍성해 지는 삶을 사셨다고 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것을 모두 지켜봤으니 더 좋은 가르침이나 본은 없다고 했다.
한인타운에도 세대교체가 한창이다. 장성한 1.5세와 2세들이 경제력을 갖춘 세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부모가 일군 비즈니스를 이어받기도 하고 그들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사업을 시작하기도 한다.
과연 우리의 자녀들에게 무엇을 물려주고 있는지 묻고 싶다. 단순히 의사나 변호사, 훌륭한 사업가가 되어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고 윽박지르진 않았는지. 그것을 통해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또 다른 의미는 뒷전으로 밀려난 것은 아닌지.
최근 한국에서는 광화문에서 부채와 액자를 팔아 한 달에 30만∼40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한 뇌성마비 청년이 북한 평양과학기술대학 후원금으로 500만원을 쾌척한 일이 있었다. 그는 한 다큐멘터리에서 “내 꿈은 북한과 이라크의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이고 그 것을 위해 나는 매일 부채와 액자를 판다”면서 “장사를 나를 위해서 한다면 그건 진정한 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성치 않은 몸으로 광화문 사거리에서 부채와 액자를 파는 장애인 사업가의 한 마디가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큰 가르침으로 다가온다.
김동희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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