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놈 목소리>가 때아닌 사생활 침해 논란에 빠졌다.
1991년 고(故) 이형호군을 키웠던 A씨가 인격권을 침해 당했다며 영화 제작사를 상대로 영화상영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A씨는 13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소장을 통해 본인은 고 이형호 유괴사건 당시 이형호의 아버지와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였고 당시 이형호를 양육하고 있었는데 <그 놈 목소리> 영화로 인해 16년 전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면서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극중 김남주가 연기하는 어머니 오지선의 실제 모델로 영화가 가족들의 비밀스러운 부분까지 드러내 다른 자식들에게까지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괴범과 자신이 통화한 내용을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나오게 한 부분과 극중 아들이 지선(김남주)에게 ‘계모 같다’고 표현하는 부분을 문제 삼았다.
A씨는 인격권 및 프라이버시는 그 성질상 침해된 후의 구제수단만으로는 피해 회복이 어려운 만큼 사전 구제수단으로 금지청구권이 인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영화사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관계자는 실제 이형호 군의 친부모에게 영화 제작에 대한 적극적인 동의를 얻었기 때문에 법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영화를) 진행했다. 뜻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해 현재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중이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실제 사건을 극화로 만드는 ‘팩션 영화’가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놈 목소리>는 유괴사건을 저지른 범인의 잔혹성을 고발하고 사회적 관심을 유발하자는 공익적 취지로 제작됐다. 하지만 사생활 침해 등의 뜻하지 않은 피해자가 발생하면서 향후 ‘팩션 영화’ 기획 및 제작에 있어서 비슷한 논란이 예상된다.
제작진 측은 피해 당사자들의 가정사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한 상태에서 A씨의 목소리를 여과 없이 영화에 등장시키는 부주의함을 드러냈다.
영화사 측은 친부모에게 동의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민감한 사건을 극화하면서 좀더 세밀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는 책임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또한 이미 고인이 된 이형호 군의 이름이 불미스러운 법적소송에 오르내리게 되면서 무엇을 위한 영화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영화의 공익적 취지와 사생활 보호가 충돌하는 가운데 법원의 판결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 지 관심이 모여지고 있다.
김성한 기자 wing@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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