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한권이 엄청난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한국의 이원복 교수가 지은 교양만화 ‘먼 나라 이웃 나라’ 미국편에 들어 있는 유대인 관련 일부 기술이 유대인을 악의적으로 비하하고 있다면서 유대인 커뮤니티가 강력 항의하고 나선 것이다. 유대인 커뮤니티를 특히 자극하고 있는 부분은 ‘한인들이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만 유대인이란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 ‘유대인이 할리웃을 장악해 유대민족을 선량한 희생자로 그려내고 아랍세계는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집단으로 몰아가는 나팔수 역할을 하고 있다’ 등등의 기술이다.
유대인 커뮤니티가 먼저 요청하고 나선 것은 이 만화의 기술처럼 미주 한인들도 유대인이란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고 보는지, 한인사회의 입장을 밝혀 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 출판사에 공식 항의서한을 발송, 책 수거 등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미주 한인사회로서는 마치 십자포화에 갇힌 꼴이 됐다. 유대인 커뮤니티와의 관계 악화 등 사태가 걷잡을 없는 수 방향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집고 넘어갈 것이 있다. 문제가 된 그 기술은 한 만화가의 표현일 뿐 미주 한인사회의 유대인관은 아니다. 때문에 지나친 확대 해석은 금물이다. 이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그 표현을 두둔하자는 건 아니다. 표현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 민족을 부정적으로 왜곡해 묘사하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옹호될 수 없다. 그 기술은 분명 반유대주의 메시지로 들릴 소지가 크다.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보아도 그렇다. 일본인이 쓴 소설 ‘요코 이야기’의 극히 작은 한 부분에 한인사회는 격한 반응을 보였다. 유대인 커뮤니티의 반응은 이 점에서 이해가 간다.
말이 국가 간의 분쟁이 되는 요즘이다. 서방과 이슬람권 간에 일고 있는 표현의 자유시비가 그 예다. 다민족 사회의 경험이 없는 탓인지 이민족을 묘사하는 한국 내에서의 표현은 때로 상당히 거칠게 들린다는 점이다.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다. 그 표현은 그러나 다국적 사회에서는 엄청난 반향을 불러오고, 그 불똥은 자칫 미주 한인에 번질 수 있다. 이원복씨는 사과의 뜻을 비쳤다. 그 선에서 사태가 수습되어야 한다. 오랜 세월 함께 가꾸어온 두 커뮤니티의 우정이 한 만화의 적절치 못한 표현 때문에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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