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17세 난 제니퍼라는 여학생이 인근 카운티 대학병원에서 의뢰되어 왔었다. 자살을 시도하였다 병원에서 72시간 보호치료를 받은 다음 왼쪽 손목에 붕대를 감고 와서는 심리치료를 위해 필자 앞에 마주 앉아서 제니퍼는 고개를 숙인 채 눈물, 콧물로 바지를 적시면서 “I didn’t want to live any more”라며 격렬하게 몸부림쳤다.
제니퍼는 말했다. “Killing myself made a perfect sense.” 우울증에 시달리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심리상태를 이렇게 묘사한다. 자신이 현재 처한 상황에서는 또 다른 선택의 여지나 대안이 없다고 판단내리고 자살이 최선의 선택이며 선뜻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주리라는 충동에 사로잡힌다. 이러한 인간의 심리상태를 펜실베니아 대학의 마틴 셀릭만 교수는 ‘learned helplessness’ 이론에서 인간은 얼른 해결이 되지 않는 어려운 상황 앞에서 자포자기, 삶에 무게중심을 두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인간의 삶에서 이러한 상황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일들로 배우자 사망, 자녀 사망, 이혼, 퇴직, 해고, 형사법 저촉, 가정불화, 부모의 과중한 자녀기대, 고부갈등, 경제파탄, 사회로부터의 지탄, 그리고 지병으로 인한 건강상실 등이 포함되며 일생에서 한번 정도 발생하게 되는 이런 극한 상황이 닥치면 문제를 단시일에 해결하고자 서두르게 되는데 이성적 판단력이 저하된 심리상태에서 바라보면 자신이 현재 처한 문제는 해결 불가능해 보인다.
자포자기 상황에 이르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오히려 모든 문제를 단번에 척결할 수 있다는 비논리적인 사고행위에 사로잡히면서 자살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그리게 되고 이런 생각은 반복적으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인간의 의지적 행동은 사고에서 발단하는데 이런 흉측한 사고는 ‘집요함’이 그 특징이며 본인이 그만두겠다고 마음을 먹어도 좀처럼 멈추어지지 않는다. 하버드대학 심리학자 데이빗 번스는 이러한 부정적, 파괴적 사고의 집요함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뜨거운 커피를 막 뽑아서 무릎 생살에 그대로 갖다 부었다는 환자를 소개하고 있다. 필자는 뾰쪽 뾰쪽한 자갈이 잔뜩 깔린 한여름의 이글거리는 아파트 지붕 옥상에 올라가 반나체로 높은 포복, 낮은 포복, ‘원산폭격’으로 기어다니고, 바늘로 온 몸을 찔러보아도 이 불측한 사고가 멈추어지지 않았다는 환자를 상담한 적이 있다. 부정적 사고행동은 대뇌 신경세포조직 속에 발생한 구조적 변화에 바탕하기에 사고의 진행이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동적으로 진행된다.
우울증의 중상으로는 비탄, 불안, 초조, 안절부절, 살을 에는 날카로운 자책감 및 죄의식, 가족(또는 세상)에 대한 원망 또는 소외감, 일상생활 전반에 걸친 흥미, 자신감, 그리고 의욕상실, 고립상황, 자포자기 및 무기력감, 피로감, 식욕의 급격한 감소 또는 증가, 수면장애 또는 과도한 수면, 체중의 급격한 감소 또는 증가(10파운드 이내), 집중력 및 사고기능 저하, 자살 또는 타살 고려 등을 중요한 증상으로 들 수 있다.
환경의 급작스러운 변화나 위에 열거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을 때 가족들의 세심한 주의와 관심이 필요하다. 우울증상을 가족 중에서 나타내 보이기 시작하면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자살 및 타살을 고려할 때는 즉각 911이나 병원 응급실로 연락해 도움을 요청하여야 한다.
우울증은 SSRI 항우울제 투여와 병행하여서 규칙적인 운동, 부정적 사고행동차단, 경합적 사고주입, 긍정적 사고로 전환, 심상훈련, 긴장이완 심박변이도 호흡훈련 등 인지 및 행동치료로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심리치료를 통하여 환경적 문제의 근원에 접근하여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법이 또한 있으므로 전문가와의 상담을 권한다. rksohn@yahoo.com
리차드 손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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