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퍼 벨트에서 떠도는 찌그러진 럭비공 모양의 천체 2003 EL61은 약 45억년 전 명왕성 만한 천체가 그보다 작은 천체와 충돌하면서 떨어져 나온 파편의 우두머리 격이며 장차 거대한 혜성이 돼 지구 상공을 가로질러 갈 것이라고 학자들이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칼텍)의 마이크 브라운 교수 등 연구진은 네이처지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서 지름 1천500㎞의 이 반들거리는 회색 천체가 카이퍼벨트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대충돌 파편가족’의 일원으로서 태양계의 역사에 관해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왕성 궤도 바깥 쪽에 위치한 카이퍼 벨트는 얼어붙은 암석 성분의 천체들이 원반 모양으로 몰려 있는 공간인데 이 곳의 천체들은 태양계 행성들이 형성되고 남은 원시물질로 구성된 것으로 믿어진다.
연구진은 카이퍼 벨트에서 가장 큰 천체 가운데 하나인 2003 EL61이 지금은 지름 1천500㎞ 정도이지만 충돌로 쪼개지기 전까지는 현재보다 지름이 약20% 더 큰 둥근 공 모양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천체는 시속 1만1천㎞로 돌진하는 절반 정도 크기의 천체와 충돌, 그 충격으로 튕겨나가 자전주기가 4시간 밖에 안 될 정도로 빠르게 회전하는 바람에 찌그러진 공 모양이 됐으며 충돌 에너지는 핵폭탄 100억개의 폭발력과 맞먹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구진은 2003 EL61외에 충돌 때 쪼개져 나간 지름 10~400㎞의 덩어리를 최소한 7개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들 덩어리가 모두 회색에 매끈한 얼음으로 덮여 있는 것으로 보아 원래 한 덩어리에서 나온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브라운 교수는 이 천체들은 대충돌로 흩어졌지만 지금도 서로 가까운 거리에서 태양궤도를 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태양계에서는 35개의 `대충돌 파편가족’이 알려져 있지만 모두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 벨트에 몰려 있고 해왕성 바깥에서 이런 파편가족이 발견되기는 처음이다.
학계에서는 충돌의 정확한 시기를 알 수 있다면 태양계 역사 중 특정 기간의 상황과 카이퍼 벨트의 진화에 관해서도 새로운 지식을 갖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한편 연구진은 대충돌 파편 가족의 일부는 내태양계까지 튕겨나가 지구에 떨어지기도 했을 것이라면서 약 10억년 후엔 2003 EL61도 혜성이 돼 해왕성 궤도를 가로질러 가게 될 것이고 이 때 지구에서 보면 보름달만큼 밝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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