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일에 오래 종사하다 보니 고객 가운데 은퇴한 사람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세금보고 철이 오면 그들이 지난 한해 동안 연방정부로부터 받은 사회보장연금(SSA)의 명세서를 가져 오는데 비교적 많이 받는 사람은 월 1,500~1,600달러이지만 보통은 700~900달러 정도이며 적게 받는 사람은 대중을 잡을 수 없고 200~300달러를 받는 사람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이렇듯 한인 동포들의 평균 수혜액이 낮은 것은 미국에서 일했던 햇수가 짧아 사회보장 세금을 장기간 낼 기회가 없었거나 소득이 적어 충분히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회보장연금은 10년 이상 근로소득을 보고했던 납세자가 은퇴 후에 정부로부터 받는 일종의 연금으로 은퇴생활의 주 수입원이 되고 있다. 대체로 오랜 기간 소득을 많이 보고하면 그만큼 더 받게 되는 셈인데 현재 한인 사회보장연금 수혜자의 대부분은 25~30년 지낸 이민 1세대들이다.
그들은 미국 이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70년대 중반부터 열심히 일하고 세금도 깜냥으로 냈지만 그 대가는 고작 월 1,000달러 안팎으로 거기서 의료보험료 빼고 각종 노인성 질환의 약들을 사다보면 별로 여유가 없으며 그보다 적은 사회보장연금을 받는 은퇴자들은 생계의 위협까지 받고 있다. 그 결과 걱정 없이 지내야 할 은퇴 후의 생활은 다른 수입이 없으면 앞날을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반면에 세금 한 푼 내지 않은 웰페어(SSI) 수혜자들은 매월 850여달러의 돈과 저렴한 아파트 그리고 일체가 무료인 의료혜택(메디칼)을 누리고 있는 것을 보면 꼬박꼬박 세금 낸 것이 후회스럽고 불공평하기 짝이 없는 정부 시책에 원망과 분노가 생기게 된다. 이런 제도적 모순을 간파한 일부 약삭빠른 사람들은 은퇴 후에 사회보장연금을 받는 것을 포기하고 아예 세금보고를 하지 않거나 적게 한다든가 집이나 사업체를 처분해서 적당히 은닉시킨 후 웰페어를 신청하려는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이런 탈세행위나 재산 은익에 대한 유혹은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볼만큼 매력적인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와 물질만능 시대에 돈 싫다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런 유혹에 결단코 빠져서는 안 되며 용납해서도 안 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기생할 수 없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그들보다 인격이 고매해서도 아니며 준법정신이 더 있어서도 아니다. 첫째는 그들을 위해서이다. 미국은 기회의 나라지만 이미 천국이 아니다. 언젠가는 웰페어를 지금처럼 후하게 베풀지 않을 날이 올 것이며 그렇게 되면 그들의 노후생활은 지금과 판이한 양상을 보일 것이다.
둘째로 탈세나 재산은폐는 단순한 오류나 부정직을 넘어 적극적인 범죄행위에 가담하는 행위이다. 우리가 그런 범법자들을 용인하고 아무렇지 않게 여김은 한인 커뮤니티 전체가 똑같이 온전치 못함을 반증하는 것과 다름없다. 셋째로 그들에게 지출되는 돈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 당장 정부의 예산을 축내어 재정적자를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전가되어 세금을 더 내게 하거나 혜택을 덜 보게 만들며 우리의 후손들에게 그만큼 부담을 지우기 때문에 우리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좋은 미래는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이 세상은 더불어 사는 공동체이다. 우리가 개인의 조그마한 욕심 때문에 훨씬 큰 것을 잃게 되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조만연 수필가·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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